소설가 이제하(66)씨가 서울 평창동 포포인츠호텔(구 올림피아호텔) 맞은편에 카페 '마리안느'(02―379―3855)를 열었다.그는 "노후 대책이지요. 나이 들어 작품만 쓰면서 먹고 산다는 건 쉽지 않으니까…"라고 하더니 금세 "카페 차리는 건 문인들의 꿈 아닌가요?"라고 말을 틀었다. 그의 카페 운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3년 첫 창작집 '초식'을 내고 이화여대 앞에 '까치다방'을 열었다. "현상 유지를 하는 정도였는데, 석유 파동이 터지는 바람에 3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30년 만에 다시 '꿈을 이루기 위해' 재산목록 1호였던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팔고 가게터를 잡았다. 아끼던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가져와 카페를 단장했다. '마리안느'를 밝히는 멋진 램프, 벽마다 걸린 유화, 차곡차곡 쌓인 CD와 비디오 테이프는 모두 자신의 작업실에서 옮겨온 것이다. 영화평론가, 음반을 낸 가수로도 활약하는 '전방위 예술가'답게, 영화를 볼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TV를 걸어놓고 마이크를 세워 둔 무대도 마련해 놓았다.
카페 이름의 뜻을 묻자 "가수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흠뻑 빠졌거든. 프랑스 영화 '나의 청춘 마리안느'를 좋아하기도 하고…"라고 대답했다. 지척에 사는 소설가 윤후명씨, 평론가 남진우 소설가 신경숙씨 부부 등이 자주 들른다. 대학에서 문학이나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카페에서 모임을 갖는다.
그는 작은 소망 하나를 밝혔다. "평창동은 기운이 센 동네인지 작가나 화가 같은 예술가들이 많이 살아요. 프랑스 파리의 예술 중심지 몽파르나스 같은 곳으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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