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이라크 무기 지원 여부를 놓고 전화 설전을 벌였다. 특히 전화통화 내용에 대한 백악관의 발표에 대해 크렘린궁이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며 정면 반박,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부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러시아 기업이 이라크에 금수품목인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양국 정상의 통화 직후 "러시아 회사들이 야간투시경과 자동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장치, 대전차 유도미사일, 야간 투시경 등의 군사장비들을 이라크에 제공했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며 "무기판매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알렉세이 그로모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부시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는 백악관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로모프 대변인은 "이 문제를 먼저 꺼낸 것은 푸틴 대통령"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확인도 안된 사실을 미리 공표하는 것은 양국 우호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이에 앞서 성명을 통해 "조사결과 러시아 회사가 이라크에 대한 유엔 제재를 어겼다는 증거가 없다"며 "미군이 바스라를 포위, 120만 명의 주민들이 식수 부족 등으로 큰 재앙을 맞고있다"고 비난했다.
미군이 가장 예민하게 대응하는 대목은 GPS 교란장치. 대당 4,000∼5,000 달러인 GPS 교란장치는 지상과 미사일, 항공기 등에 장착된 GPS 수신기 등에 교란전파를 쏘아 오폭을 유도하거나 항로를 이탈하게 하는 장치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의한 영국 전폭기 격추, 정밀유도 폭탄의 오폭 등이 발생하면서 미군 일각에서는 이라크군이 교란장치를 가동한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미군은 "오폭과 교란장치는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내부적으로는 민감한 분위기다.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GPS 교란장치는 지상 레이더의 유도로 날아가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GPS를 장착한 정밀 유도탄이나 개량형 스마트폭탄(JDAM)에는 영향을 준다. 미사일에 장착된 GPS에 교란전파가 닿을 경우 항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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