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5일 이라크 파병동의안 처리를 연기한 것은 우리사회에 일고 있는 반전여론의 수위를 가늠케 한다. 파병에 반대하는 의원이 늘어나고, 시민단체들이 찬성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경고하는 등의 분위기가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장기전 양상을 띠고, 인명살상이 예상보다 늘어난 것도 요인이 됐다.개혁성향의 젊은 의원들은 이날 15명이나 파병동의안에 대해 반대토론을 신청했고, 통과될 경우 본회의장 농성을 예고한 의원도 있었다. 또 전투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는 공병부대를 제외하고, 의료지원단만 보내자는 절충안도 나왔다.
정부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이라크 전쟁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신속하게 파병결정을 내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국방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치, 파병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협조를 구했고 의원들은 이를 평가 했다. 하지만 국방위를 무리 없이 통과한 파병동의안은 반전여론을 우회해야만 할 처지가 됐다. 정부가 1차 결정을 내리고, 소관 상임위인 국방위를 통과한 파병동의안의 처리가 연기된 것은 자칫 국가정책의 난맥상으로 비칠 수도 있어 염려스럽다.
일각에서는 국회에까지 밀려든 반전여론을 외교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유엔과 전 세계적인 반전여론을 묵살하고 독자행동에 나선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를 감안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국회가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 보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파병의 불가피성이 냉철한 국제정세와 직결돼 있다는 현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반전여론에 대한 설득작업에 본격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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