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홀에서 기분 좋은 공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앞 회에서 언급한 초기 측면 반사음과 함께, 홀 내에서 여러 차례 반사한 음들이 공간상의 모든 방향으로부터 들어와야 한다. 따라서 천장 뒷부분에서 반사한 음들이 전달되지 않는 발코니 밑 좌석들은 좋지 않은 음향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무대의 한 곳에서 발생한 소리는 홀 내부의 벽에서 한 번 내지 여러 번 반사하여 복잡한 경로를 따라 특정 청중의 양쪽 귀에 각각 도달하게 되는데, 이 때 사람들은 양쪽 귀에 도달하는 소리의 시간적인 패턴이 똑 같은 것 보다는 약간 다른 것을 선호한다. 이것은 하이파이 오디오 청취자가 모노보다는 스테레오를 선호하는 이치와도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홀의 내부 구조가 좌우 대칭인 경우라면 무대에서 보아 좌우를 가르는 중앙 선상에 위치한 좌석보다는 중앙 선상에서 약간 양쪽으로 벗어난 자리가 좋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홀의 내장재는 음역에 따라 소리를 흡수하는 비율, 즉 흡음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앞 회에서 언급한 잔향 시간도 음역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콘서트 홀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따뜻하게 느끼려면 저음역의 잔향 시간을 중음역이나 고음역의 잔향 시간보다 길게 설계하는 것이 좋다. 이는 홀의 내부 벽이 저음역의 소리를 덜 흡수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 때 저음역을 담당하는 콘트라베이스나 튜바 등의 소리가 풍부하게 전달된다.
한편 무대 부근에서 소리를 반사할 수 있는 구조를 적절히 배열해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서로 다른 파트의 악기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어 좋은 앙상블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구조는 청중석에서 모든 악기군의 소리들이 잘 배합되어 들리게 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 굉 모 서울대 공대교수·음향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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