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을 표방하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권력형 비리를 연상시키는 의혹의 구설수를 타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의구심을 일으키는 심각한 경종으로 여겨야 한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을 사칭한 컨설팅업체 대표의 공기업 자료요구 사건이 청와대의 위세가 먹히는 권력풍토와 세태를 드러낸 것이라면, 노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의 승용차 선물사건은 권력형 비리가 싹틀 수 있는 한 유형과 단면을 보여준 사례다.청와대사칭 사건에 관련된 인사보좌관실의 행정관은 그 이전에 이미 문제의 컨설팅업체 대표로부터 인사정책에 대한 사적 문건을 전달 받는 등 명쾌하지 못한 주변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 행정관과 컨설팅업체 대표가 선후배 사이라고 하지만 그 업체는 정치컨설팅이 전문이라니 양측은 이해가 직결된 관계이다. 특히 그 자료는 전 정부 때의 언론대책 문건 등 큰 파동을 일으켰던 정치권의 각종 사적 문건들과 외형이 다르지 않다. 정부의 인사정책과 그 문건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 않은가.
안 부소장이 승용차를 선물받으면서 권력비리에 대한 아무런 인식이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은 권력은 언제든지 타락할 수 있는 위험영역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무엇을 내걸고, 무엇을 외치고 있는 정권인가를 벌써 잊은 채 그는 국민의 눈 높이를 벗어나 있다. 정권의 당위와 도덕성을 앞장서 지탱해야 할 실세라는 사람이 그 모양이니 심히 개탄스럽다.
민정수석실이 청와대사칭사건에 민감하게 대응, 수사를 의뢰하고 향후 엄정 대처방침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철저한 수사로 전후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비리와 정권추락은 정권 중심부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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