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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섭지코지 / 영상속 아름다움은 "맛보기"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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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섭지코지 / 영상속 아름다움은 "맛보기"일뿐

입력
200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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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물과 여행의 관계는 이제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뜬'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는 곧바로 유명 여행지가 된다.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에서도 한국의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올 정도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제작비의 일부를 대고서라도 촬영지 유치 노력을 펼치는 이유다.그런데 이런 노력 없이도 단골 촬영지가 되는 곳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제주도의 섭지코지이다. 영화 '단적비연수', '이재수의난', '천일야화' 등이 이 곳에서 촬영됐다. 지금은 최상의 인기 드라마 '올인'의 수녀원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운이 좋아서 그럴까? 아니 아름답기 때문이다.

섭지코지는 남제주군 성산읍 신양리에 속한다. 섭지란 협지(狹地)가 변한 말이고 코지란 곶(串)을 의미한다. 가느다랗게 툭 튀어나온 땅덩어리이다. 시계추처럼 생겼다. 여행법은 코지 남북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코지의 끝인 붉은오름의 등대까지 가는 것이다.

하얀 모래밭이 아름다운 신양해수욕장이 섭지코지의 입구. 주차관리소를 지나면 길은 좌우로 나뉜다. 왼쪽 길은 코지 북쪽 해안을 따라간다. 약 1.5㎞ 구간이다. 성산일출봉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제주 특유의 검은돌 해변이 이어진다. 오른쪽 길은 남쪽 해안을 에두른다. 야트막한 언덕을끼고 있는 이 길은 목가적이다. 드문드문 노란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고 풀을 뜯는 제주 조랑말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두 길은 만나지 않는다. 차를 가지고 갔다면 코지의 끝에서 되돌아 나와야 한다. 아쉽다. 좋은 방법은 입구 주차관리소에 차를 대고 걷는 것이다. 한 바퀴 도는 데 약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섭지코지에는 인공 구조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언덕 위의 봉수대다. 높이가 4m, 가로·세로 9m의 정방형으로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봉수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바닷가에 붉은 색의 언덕이 솟아있다. 제주도말로 송이라는 붉은 화산재로 이루어진 언덕이다. 언덕 위에 하얀 등대가 세워져 있다. 가파른 언덕에 철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등대에 서면 섭지코지의 해안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촛대처럼 솟아오른 바위가 이채롭다. 용왕의 아들과 하늘나라 선녀의 전설이 내려온다. 이 곳은 선녀들이 목욕을 하는 곳이었다. 용왕의 아들이 선녀에게 반해 아버지의 허락을 구했다. 용왕은 100일간 기다리면 선녀와 혼인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00일째 되는 날 바람과 파도가 심해 선녀는 물에 내려오지 못했다. 슬픔에 빠진 용왕의 아들은 선채로 바위가 됐다.

섭지코지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코지 언덕에 오르는 것이다. 온통 유채꽃밭이다. 2월부터 피기 시작한 제주의 유채는 관광객을 일찍 불러들이기 위해 미리 파종해놓은 '조생종'이다. 진짜 제주의 유채는 3월 중순 이후부터 4월 중순 맛볼 수 있다. 요즘이 바로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섭지코지의 유채는 유난히 색깔이 진하다. 검푸른 바다와 하늘, 붉은 흙, 그리고 하얀 등대 등을 배경으로 하는 노란색이 도처에서 반짝거린다. 유채꽃밭을 거닐며 눈을 든다. 왕관 같은 성산일출봉이 노란 바다 위에 떠있다. 그림같다. 드라마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따로 없다. 시선을 왼쪽으로 옮긴다. 날씨가 좋으면 한라산 봉우리가 보인다. 머리에 눈을 이고 있다. 노란 봄에 밀려 산으로 도망한 하얀 겨울이 아직 거기에 있다.

/남제주군=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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