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속에서 각양각색의 한국 사람들 표정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찾죠."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를 가리지 않고 한국말을 능숙하게 구사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벽안의 팔등신 미녀 율라(25)는 진짜 '프로'다. 본업인 모델 일을 잠시 접어두고 이달 초부터 케이블 코미디 TV '호텔 와이킥킥'에 고정 출연하면서 '뜨고' 있는 그녀는 콩나물 시루 같은 전철 안에서도 연기수업에 열중한다.
러시아 레닌그라드 출신인 그의 본명은 뽀모가에바 율라 알렉산드럽나. 1997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율라는 우리나라 주민등록에도 러시아 이름을 그대로 올렸다.
179㎝, 55㎏의 늘씬한 몸매가 말해주듯 그의 원래 직업은 모델. 프랑스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 레닌그라드에서 출생한 그는 대학 때 디자인을 전공했다.
"고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로 모델 활동을 했는데, 주위의 반응도 좋고 저도 하고 싶어서 대학을 그만뒀죠."
그는 한국인이 되기 전 이미 러시아에서는 물론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에서 활발한 모델 활동을 했다. 러시아에서 만난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한국에 와 한국인이 된 율라는 한국에서도 모델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국내외에서 열린 앙드레 김 패션쇼에 100차례 이상 출연했으며, 에스콰이어, 나드리 화장품, 로만손시계 등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했다. 케이블 코미디 TV방송국이 외국인 고정배역을 물색하던 중 그의 뛰어난 한국어 실력에 매료돼 곧바로 캐스팅했다. 그는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좌충우돌하며 도발적인 행동을 일삼은 러시아인 종업원 역을 말끔히 소화하고 있다.
모델, TV 배역 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국생활'도 있다. 97년 모델 활동으로 목돈을 손에 쥐었지만, 매니저와의 계약 문제 등으로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그 후로 아예 자신이 매니저, 디자이너, 코디네이터 등 1인 4역을 맡고 있다. 그야말로 프리랜서 프로인 셈이다. 강남의 치솟는 아파트값 때문에 지난해 인천으로 집을 옮겼다.
"한국에서 사귄 친구들 덕에 사투리도 많이 배웠어요. 주위에서는 한국말을 잘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표현하는데 부족한 점도 많아요." 그러면서도 율라는 "밥 묵어라 잉. 밥 문나."며 사투리로 너스레를 떤다. 그는 최근 공중파 방송의 코미디 프로 등에서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나, 한국말을 더욱 잘하게 된 다음에 다른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사진 이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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