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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라크 소녀의 생일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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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라크 소녀의 생일소원

입력
200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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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스 강변 작은 공원에서 열린 소녀의 열세번째 생일잔치는 흥겨웠다.깔깔 껄껄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남동생은 풍선을 날리며 뛰어다니고 여동생은 비눗방울을 불어대며 쫓아다닌다. "그만들 좀 하거라"고 말리는 어른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잔칫상도 때 아니게 풍성하다. 3월의 화사한 햇살처럼 소녀의 얼굴도 빛난다.

몇 가지만 없었다면 여느 한국 아이들의 생일잔치와 별로 다를 바 없었으리라. 갑자기 강 아래위쪽에서 폭음이 진동했다. 상이 흔들리면서 음식이 쏟아져 내렸다. 가족과 친지들은 또 한번 가슴이 철렁했다. 멀리서 화염과 검은 연기가 치솟는다. 미군의 공습 나흘째인 23일 바그다드에서 치른 아말 샤무리의 생일잔치는 그랬다. 아말은 커서 법률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자리를 함께 한 미국 평화운동가들이 "무슨 선물을 받고 싶으냐"고 묻자 "평화요"라고 했다.

아말은 아직 살아 있을까. 미사일 파편에 맞아 신음하고 있지나 않은지.

전쟁 엿새째인 25일 현재 어린이를 포함해 이라크 민간인 214∼140명(www.iraqbodycount.org)이 숨졌다. 이른바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다. 시간이 갈수록 이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2001년 9·11 테러로 무고한 미국 민간인 3,000여 명이 숨졌다. 미국은 테러범들을 소탕하겠다며 아프가니스탄을 쳤다. 그 결과 무고한 아프간 민간인 3,575∼3,057명(뉴햄프셔대 마크 헤롤드 교수 집계)이 죽었다. 역시 부수적 피해였다.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이 이 아이러니를 버텨낼 수 있을까? 그래야겠지…. 희망마저 죽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이광일 국제부 차장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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