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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 / 월출산 정기 "하늘 찌르고" 유적의 향기 "코를 찌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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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 / 월출산 정기 "하늘 찌르고" 유적의 향기 "코를 찌르고"

입력
200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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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시대 일본에 건너가 학문을 전해준 왕인 박사의 출생지, 우리나라 풍수지리학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도선국사의 설화가 서려 있는 유적지. '미니 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을 오르며 달맞이의 진수를 맛보는 곳. 전남 영암에서 봄을 맞아 보자. 때마침 4월 4∼7일 '영암왕인문화축제' 가 열리고 이 기간 100리 벚꽃길에는 꽃봉오리들이 만개한다.월출산 산행

영암 관광의 백미는 월출산 산행이다. 월출산 없는 영암은 상상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방 백리에 큰 산이 없어 들판에 홀로 서 있는 듯한 월출산은 마치 금강산을 떼어놓은 듯 기암절벽들이 장관을 이룬다. 해발 813m에불과해 만만히 보기 쉽지만 결코 낮은 산은 아니다. 전판성 전남산악연맹 산악구조대 대장은 "실제등산 거리로만 따진다면 월출산은 국내 최고봉일 것"이라고 말한다. 지리산이나 한라산의 경우 노고단이나 영실까지 차로 올라가기 때문에 실제 등산로는 월출산 보다 짧다. 또 평균 경사도가 27도로 가파르기에선 수위를 다툰다. 하지만 등산로가 워낙 잘 닦여 있어 일반인들도 오르내리기 어렵지 않다.

월출산은 2가지 모습으로 다가온다. 도갑사에서 바라보면 산세가 완만해 여성스럽다. 하지만 반대편 천황사 쪽에서는 우악스러워 남성적이다. 등산로도 크게 2갈래 길로 나뉜다. 천황사 코스는 경사가 비교적 가파르다. 정상까지는 2.5㎞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에 매봉과 시루봉을 잇는 구름다리 위를 걷노라면 '구름위에 서 있는 기분' 그대로다. 길이 50m, 폭 6m. 다리가 흔들릴 때 아래를 쳐다 보면 아찔할 만큼 스릴 넘친다.

도갑사에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하지만 정상까지 6㎞나 돼 4시간 정도 걸린다. 천황사 코스 보다 더 힘들다. 하지만 중간에 구정봉 시리바위 등 볼거리가 더 많다. 천황사까지 종주하는데는 보통 6시간을 잡는다. 하산 길에 들르게 되는 바람폭포에서 취하는 휴식은 이름만큼 시원하다.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혀 튀기는 물방울과 코끝에 부는 바람이 봄내음을 전해준다.

왕인박사 유적지

왕인은 일본 천황의 초청을 받아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태자의 스승이 된 인물. 구림마을 동쪽 문필봉 기슭에 그의 자취가 복원돼 있는데 일본인들이 더 관심있게 찾는다.

왕인박사 탄생지에서 계곡 쪽으로 50m 정도 들어가면 조그만 샘이 있다. 여자들이 성천(聖泉)이라 불리는 이 샘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면 왕인처럼 뛰어난 성인을 낳는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죽정마을 문필봉 중턱에 있는 문산재는 왕인 박사가 공부했던 서당터다. 왕인 석상 옆에 왕인이 책을 쌓아 두고 공부했다는 책굴(冊窟)에 들어가 볼 수 있다. 사람 하나 겨우 드나들만한 입구에 네댓평 정도의 평평한 바닥을 가진 자연 동굴이다. 바위틈으로 들어 오는 햇볕과 바람이 어우러져 시원하면서도 따스하다.

영암군청 (061)470-2348

도선국사의 전설과 문화유적지

구림마을은 도선국사가 태어난 마을. 신라 사람 최씨집 딸이 남자 없이 임신해 사내아이를 낳자 아이를 대숲에 버렸다. 보름 후 딸이 나가 보니 비둘기와 독수리가 아이를 날개로 덮고 있는 것을 발견, 다시 데려와 길렀는데 그가 도선이다. 그래서 구림(鳩林)이라 불린다.

김재곤 영암군청 부군수는 "장천리 선사 주거지를 비롯, 문화 유적이 고스란히 보전돼 있는 구림마을에서는 문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도선국사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바위인 국사암을 비롯, 정자와 고가들이 밀집해 있다. 바로 옆의 영암도기문화센터에서는 구림의 도기문화를, 전남 농업박물관에서는 영산강 유역의 농업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영암=글 사진 박원식기자

바다에 접해 개펄이 많은 영암에서는 예로부터 해물요리가 풍부했다. 그 중에서도 살아 있는 세발낙지를 젓가락에 감아 양념해 살짝 구워 내놓는 낙지구이(사진)는 술안주로 그만이다. 또 낙지와 갈비를 함께 끓여놓은 갈낙탕과 기름진 개펄을 먹고 사는 짱뚱어탕, 장어구이 등도 대표 메뉴들.

밑반찬으로는 민물새우인 토하젓이 별미다. 2개월 이상 숙성시켜 짭짤하면서도 매운 맛이 밥과 비벼 먹으면 식욕이 절로 솟는다. 영암군청 앞에 이름 있는 식당들이 몰려 있다. 동락회관(061―471―2892)과 중원회관(061―473―6700)에서는 손님들이 식사 후 토하젓을 사가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500g짜리 1병에 1만5,000원, 큰 용기는 3만원, 도자기 용기는 4만원을 받는다. 멀리서 택배로 주문하는 이들도 많다. 독천영명식당(061―472―4027)에서도 토속 맛을 볼 수 있다.

옛날부터 궁중 진상품으로 유명한 어란(魚卵)은 영암의 특산물 중 하나. 김광자(78·사진) 할머니는 어란을 재래식 방식으로 50여년째 만들어 오고 있다.

어란은 영산강에서 나는 숭어의 알을 특수한 제조법으로 만든다. 참숭어알에 참기름을 바르고 건조하기를 아홉번 거치는데 만드는 방법이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잡히는 숭어가 귀해지기도 했지만 제조에도 워낙 손이 많이 가 집에서 어란을 만드는 이가 많지 않다.

어란을 만들려면 산란기의 숭어가 필요하다. 김씨는 "4월께 알을 듬뿍 밴 숭어가 잡히는데 알을 딸 수 있는 기간이 20여일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때 잡힌 숭어로 한 달 정도의 작업 기간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귀한 식품"이라고 소개한다. 알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작은 것은 10만원 내외, 큰 것은 수십만원을 훌쩍 넘는다.

/영암=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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