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랜 인류문명 발상지는 메소포타미아다. 서 아시아 사막을 동남쪽으로 흐르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데스강 사이 섬 같은 땅이다. 두 강이 메마른 대지를 적셔 광활한 오아시스를 이룬 유역에는, 기원전(BC) 7000∼6000년 벌써 정주(定住)농경과 목축이 시작되어 채색토기 문화가 일어났다. 단군기원보다 1000년 가까이 앞선 BC 3200년 무렵 그림문자, 60진법, 태양력이 쓰였다. 최초의 도시국가 우르 고분의 건축과 미술· 공예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함무라비 법전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준을 웅변하는 유물이다. BC 1800년 무렵 우르의 통치자 함무라비는 도시국가 연맹을 창설해 통일과 평화염원을 이룬 영웅이다. 그가 만든 법전에는 재산 소유권 규정, 상업 관련법, 혼인 간통 이혼 등 결혼 관련법, 각종 범죄 관련법 등이 소상하게 기록돼 있다. 공개적인 모욕을 형벌조항에 두었을 만큼 세련된 법제였다. 법전은 높이 2.5m 현무암 기둥에 설형(楔形)문자로 새겨져 누구나 읽어볼 수 있었다.
■ 메소포타미아 통치자들은 높은 신전을 지어 하늘과의 교감을 꾀하였다. 신 바빌로니아 제국 네부카드 네자르 2세가 바빌론에 세운 지구라트 신전유적은 성서에 나오는 바벨 탑 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또 창세기에 나오는 에덴의 동산이 이 지역으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로 기독교와 관계가 깊다. 세계 7대불가사의의 하나인 공중정원과 바빌론의 사자상도 이 지역에 있으며, 이슬람 유적을 포함한 1만여 개 유적지가 모여 있어 나라 전체가 마치 고대문명 박물관 같다.
■ 1991년 걸프전 때 이 지역 문화유물 3천여 점이 손상 당했고, 박물관 아홉 개가 화재피해를 당했다. 이번 전쟁도 예외가 아니다. 벌써 유서 깊은 티크리트시 박물관이 폭격 당해 반 이상 허물어진 사진이 보도되었다. 미군이 바그다드에 진입해 시가전이 벌어지면 고대문명 유적의 메카는 또 얼마나 파괴될 것인가. 미국의 미술사 학자들이 걸프전 때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도록 국방부에 요청했다지만, 유엔의 뜻도 거역한 나라가 아닌가. 죄없는 이라크 인들에 대한 충격과 공포 못지않게, 문화 유적에 대한 충격과 공포도 크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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