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신화의 주역인 종합상사들이 잇따른 악재로 기로에 섰다.외환위기 이후 수출방식의 변화로 수출 중개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된 데다 최근에는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 현대종합상사의 완전자본잠식 등으로 업계 전체가 휘청대고 있다. 특히 이라크전이 장기전 조짐을 보임에 따라 중동지역 물량까지 대폭 감소하고 있어 관련 업계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이처럼 종합상사들이 잇따라 위기에 빠지자 금융권에선 내부적으로 '종합상사 주의보'가 내려졌다.
현재 5대 종합상사 가운데 SK글로벌, 현대종합상사 등 2개 상사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SK글로벌은 분식회계 사태 여파로 19일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촉진법상 채권단 공동관리는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과 비슷한 개념이다. 현대종합상사도 지난해말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이 달 말 증권거래소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3년째 워크아웃 상태인 대우인터내셔널은 최근 실적 호전에 힘입어 정상화를 향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처럼 종합상사들이 부실의 늪으로 빠져든 것은 계열사들의 수출 대행 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제조업체들이 종합상사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룹계열사 상품 대행수출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은 셈이다. 특히 외환 위기 이후 수출업무를 대행해 주었던 계열사의 미수채권이 급증하면서 경영상태가 급속히 악화했다. 현대상사의 자본잠식 상태를 부른 가장 큰 주범도 계열사 수출물량에 대한 미수채권으로 이라크 미수채권만 해도 1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상사들이 그룹의 불법 또는 변칙적인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도덕성도 실추됐다.
일부 그룹들이 업무 특성상 재무구조 실태 파악이 어려운 종합상사 해외법인들을 통해 음성적인 자금조달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SK그룹의 경우 JP모건과의 이면계약을 이행할 때 SK글로벌의 해외법인들이 동원됐다.
박원진 현대종합상사 사장은 "종합상사는 그룹의 대외 창구였고 그룹 물량 대행 수출을 통한 수수료가 큰 재원이었으나 그룹의 계열분리로 종합상사의 기능과 주 수익원을 잃어버렸다"며 "현대종합상사의 위기는 종합상사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종합상사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LG상사 등 다른 상사의 주가도 약세에 빠졌다. LG상사는 24일 LG투자증권 등 보유주식을 매각해 '차입금 제로 경영'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진화에 나서고 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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