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속전속결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개전 직후 거칠 것 없던 진격이 곳곳에서 저지당하는 등 장기전 징후까지 나타나면서, 미군의 초반 전략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미국은 조기에 전쟁을 마무리한다는 전략 하에 지상군 조기 투입 남부 시아파 지역 등의 반란 유도 바그다드 남북협공 등의 작전을 전개중이다. 그러나 이라크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바그다드 진격이 주춤거리고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조기 종전의 기대는 점점 난망해 보인다. 이라크전을 지휘하는 토미 프랭크스 미중부군 사령관은 24일 "전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전략차질을 시인했다.
지상군 조기투입 성급했나 미국은 39일간 맹폭을 가했던 1991년 걸프전 때와는 달리 개전 13시간 만에 미3사단 7기갑부대를 선봉으로 지상전을 전격 개시했다. 초반 3일 동안 노도처럼 북진했지만, 바그다드 100∼80㎞지점에서 이라크 공화국수비대에 막혀 이틀째 거의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주요 도시들을 완전히 점령하거나 주변 이라크군을 섬멸하지 않은 채 전진에만 치중, 등뒤에서 기습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 지도부만 제거하면 승리한다는 안이한 판단에 따라 지상군 진입 전에 융단폭격을 가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반란도 없어 전쟁이 시작되면 남부 시아파가 후세인 정권에 반란을 일으켜 전략거점 움 카스르와 바스라를 쉽게 장악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반란은 없었고 오히려 주요 도시에서 이라크군은 응집력을 보이며 끈질긴 저항을 보여주고 있다.
요충지인 바스라를 수중에 넣지 못한 결과, 최전선 부대에 대한 병참지원에 애를 먹고 있고, 상당수 연합군 병력이 쿠웨이트 북부에 발이 묶이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 특히 미군 보급선이 남에서 북으로 480㎞나 뻗어있어 취약해진 상태다. 바스라―나시리야―바그다드를 잇는 미군의 보급선은 이라크 게릴라들의 기습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 이라크군을 너무 얕보았다는 지적도 있다. 미영 연합군은 30만명. 그러나 현재 이라크 영내에 작전 중인 병력은 미 해병대 공중 강습부대, 3사단 7기갑여단 등 3만여명 정도다. 한 미군 장교는 "전체 병력이 91년 걸프전에 비해 3분의 1수준인데다 침투 병력은 턱없이 적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라크 북부지역 국경을 열어 남북에서 협공한다는 전략도 터키의 비협조로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이라크군의 게릴라전 전략 1991년 걸프전 때 미군의 가공할 화력을 경험한 이라크는 지능적인 게릴라전과 우회 공격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은 "적들이 사막을 통해 들어오도록 만든 뒤 모든 도시에서 후방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이라크는 연합군을 매복장소로 끌어들이기 위해 군인들에게 항복 백기를 들게 하거나 민간인 복장을 착용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전쟁협약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이라크군은 또 중화기를 여러 곳에 분산 배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미국의 선택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무자비한'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융단폭격을 더욱 강화, 싹쓸이하는 전법을 사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이틀간 바그다드 주변의 공화국 수비대를 향해 엄청난 폭탄세례를 퍼부은 것은 단적이 사례. 8만명의 병력을 추가 파병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언급 대로 '결정적 무력'이라는 보다 강력한 무기를 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미군의 '히든 카드'는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26일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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