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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군 깡통에 불… 아파치 열추적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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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군 깡통에 불… 아파치 열추적 교란

입력
200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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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64D 아파치 헬기와 M-1A2 에이브럼스 전차 등을 앞세운 미군 3사단 7기갑연대와 소련제 T-72 탱크로 무장한 이라크 공화국수비대 메디나 사단 기갑부대가 24일 새벽 바그다드 남쪽 97㎞ 지점 카르발라에서 격전을 벌였다. 언뜻 무기의 성능 면에서는 상대가 안 되는 싸움 같았지만 이날 격전은 3시간이나 진행됐다. 바그다드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미국과 이라크 군은 어떻게 맞섰을까.미국은 통상 상대 방어망을 돌파할 때 '공지 합동'작전을 펼친다. 공격용 헬기로 상대 진지와 방어 대열에 무차별 포격을 가한 다음 전차와 보병을 투입하는 방식. 실제 야간 투시경으로 촬영한 미국 CNN 방송의 화면에는 아파치 30여대가 상대 전차와 진지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파치 헬기의 주무기는 헬파이어 공대지 대전차 미사일(AGM-114K). 롱보 레이더를 갖춘 아파치 헬기는 10∼16㎞ 떨어진 곳에서 적진의 동태를 감시한 뒤 8㎞ 정도까지 접근, 목표물을 순식간에 명중시킨다.

반면 이라크 군은 미군의 무차별 폭격을 견디면서 근접전을 유도한다. 원거리 전투보다는 보병간 근접 교전이 승산이 높기 때문. 미국 전차의 장갑이 아무리 단단해도 500m 이내에서 포격을 가하면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이라크는 미군 기만전술로 전차 뒤에 깡통을 놓고 고의로 불을 붙이는 방식을 이용하기도 한다. 깡통에 불을 붙이면 아파치의 열 영상과 적외선 영상으로 봤을 때는 화염에 휩싸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전차의 포 구경은 T-72가 125㎜, M-1A1, A2가 120㎜로 T-72의 화력이 다소 앞서지만 전투력 격차는 조준 및 통신장치의 차이에서 나온다. 미국 전차는 데이터 통신망으로 연결돼 있어 팀 플레이가 가능하다면 이라크는 사실상 단독 작전만 할 수 있다. 미국 전차는 열화우라늄탄두가 장착된 포탄을 사용, T-72를 두부 부수듯 파괴할 수도 있다.

우리 육군 관계자는 "화력의 월등한 우위를 갖고도 미군이 3시간 동안 적의 방어망을 뚫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라크군의 전술과 전투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입증한다"며 "기후와 모래 바람 등도 미군의 진군을 방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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