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립노인병원에서 근무하다 최근 서울 송파구 가락신경정신과의원으로 옮긴 김장규(신경정신과 전문의)씨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전 병원에서 매일 아침 회진할 때면 꼭 한 두 명의 환자가 폐렴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 곳에서는 폐렴환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노인환자들이 폐렴에 걸리기 쉬운 이유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폐렴에 대해 면역성이 떨어지기 때문. 또 음식물을 토하다가 폐에 들어가 생기는 흡인성 폐렴 발병률도 높다. 폐렴은 노인환자 사망의 첫째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이 11년간 추적관찰해 2001년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치매환자의 사망원인 1순위가 폐렴(57%)으로 심자혈관(16%) 폐색전(14%)에 비해 월등히 높다.
김씨가 관찰한 경기도립병원과 가락신경정신과의원의 차이점은 병실이 침대와 온돌이라는 것. 중앙난방식인 침실에서는 아무래도 밤 사이에 병실 기온이 떨어지고, 폐렴에도 걸리기 쉽다. 또 신발을 신고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먼지에 따른 감염성 폐렴 발병도 높다.
온돌은 폐렴 발병을 낮춘다는 것 외에도 치매노인에게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강성심병원 서국희(정신과) 교수는 "현재 기억보다 과거 기억속에 살아가는 치매환자에게는 성장 환경과 비슷한 분위기가 훨씬 좋다"고 설명한다. 1940년 이전 출생인 치매환자들은 대부분 양식 주택보다 온돌방이 훨씬 익숙하다는 얘기다.
치매환자들은 기억력이 없어지고 시간·공간인식이 망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서 교수는 "주거환경이 바뀌면 화장실 위치나 자신의 방 위치를 새로 익혀야 하는데 치매환자에게는 이러한 공간인지능력이 없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한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다치기도 쉽다. 늘 익숙한 집에서 병원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환자에게 혼란을 주게 되는데, 병실의 침대는 더욱 낯설어 치매를 갑자기 진행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온돌이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노인들에게 좋지만, 현재 대부분의 노인병원은 침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병원운영자 입장에서 침대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청진기를 들이대거나 주사를 놓을 때도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를 대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
또 온돌방에 비해 침구 관리도 훨씬 간편하다. 배변을 혼자 힘으로 하지 못하는 노인환자의 경우 이부자리를 더럽히는 경우가 잦은데 침대의 경우 매트리스 위의 시트를 갈면 되지만, 온돌방의 솜이불은 세탁이 훨씬 어렵다. 자리에 오래 누워있는 노인환자의 경우 등에 욕창이 나기 쉬운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체위를 변화시킬 때도 침대가 편리하다. 물론 노인 본인을 위해 침대를 권하는 입장도 있다. 침대는 노인이 일어서고 앉는 등의 동작을 쉽게 해준다는 것이다.
강남성심병원의 노용준(가정의학과)교수는 "노인들에게는 스스로 일어서고 앉는 등 행동의 자립도가 무척 중요하다. 노인환자가 병원에서 자택으로 퇴원할 경우에도 이러한 기능을 잃지 않도록 침대를 권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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