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사벌 넓은 들판 봄볕을 좇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중에 문득 표지판 하나가 눈을 끌었다. '승천원 1.2㎞' 표지판이 가리키는 그 길은 낙동강으로 가는 방향으로 나 있었다. 언젠가 강 건너쪽의 절에 올라갔다가 맞은편에서 절인지 서원인지는 몰라도 옛 방식으로 고래등 같은 기와집들이 세워지고 있는 것을 본 터라 승천원이 바로 그것인 줄 알았다. 또는 주변의 명소에 경천대가 있고 그 아래의 용소(龍沼) 검푸른 물 속에 용이 있어 때가 되면 날아오른다는 전설이 있으니 승천원은 그 용이 날아오르는 집인 줄 알았다. NASA의 우주선 발사대 같은. 어쨌거나 구경할 만한 곳일 것 같아 차를 돌리려 하니 옆 자리에서 눈을 감고 있던 친구가 어디 가느냐고 묻는 것이었다."승천원." "거긴 뭐 하러?" "승천하는 거 구경하러." "나중에 가도 돼." "나는 지금 가고 싶은데?" "그럼 혼자 가라, 친구야." "너는 왜 안 가는데?" "난 화장 안 할 거니까." "화장? 화장터란 말야?" "그래." 5분 쯤 뒤에 나는 말했다. "그래도 이름 하나는 참 잘 지었네. 어지간하면 나도 저기서 올라가고 싶구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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