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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美의존 전쟁보도의 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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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美의존 전쟁보도의 자괴감

입력
200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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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도시 바스라 점령'. 22일자 한국일보 초판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잘못된 기사이다. 마감 시간에 들어 온 AP통신의 급전을 처리하다 생긴 '오보'였다. 경위야 어찌 됐든 기사를 쓴 기자로서 부끄럽다. 외신을 너무 맹신했다.

그러나 전쟁 5일째를 맞은 24일도 비슷한 답답함을 떨치지 못했다. 며칠 전 부하 8,000명과 함께 미군에 집단 투항했다는 이라크 지휘관이 이날 이라크 TV에 나와 건재를 과시했다. 또 바스라, 나시리야, 움 카스르 등 미군이 완전 장악했다는 이라크 점령지에서는 아직도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교묘한 언론통제를 통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국 종군기자들은 "미국 당국의 정보에만 과도하게 의존해 결과적으로 '선전도구'로 악용당했다"고 분개하고 있다. 자국의 공보관이라고 조롱 받는 미국측 언론에 의해 후세인 사망설 등 미확인 보도가 나오면 일단 받아 쓸 수밖에 없는 우리 언론의 현실. 이번 전쟁 보도를 통해 이를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 전쟁보도에서 한국일보 국제부 내부 원칙 중의 하나는 이라크측의 주장을 최대한 반영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기사는 내용이야 어찌 됐든 '대공습' '진격' '장악' '투항' 등의 표현이 난무한 미군 편향적인 기사처럼 보인다.

변명할 수는 있다. 우선 미국측과 이라크측의 정보량의 차이가 엄청나다. 그 같은 상황에서 이라크 측의 정보는 신뢰할 수 없다는 선입견도 알게 모르게 생겨난 것 같다. 하지만 미국 편향적 보도의 허상이 속속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혼란과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김철훈 국제부 차장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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