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개전 후 국내 증시의 강력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향후 '코리안리스크(Korean-Risk)' 증폭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전문가들은 국내외 각 증권사가 이라크전쟁 후 '북핵 위기'의 고조 가능성과 내수경기 경착륙 가능성을 들며 향후 주가지수 및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하향 조정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낮아지는 성장률 전망
지난주 한국은행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국내외 증권사의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24일만 해도 삼성증권이 올 성장 전망치를 당초 5.5%에서 4.7%로 낮춘 것을 비롯해,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CSFB)과 ABN암로가 당초 각각 5.3%와 4.9% 였던 전망치를 각각 4.3%와 3.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물론 당초 전망치를 유지한 증권사도 적지 않다. 한은의 4분기 성장률 발표 이래 골드만삭스(4.5%)와 메릴린치(3.5%), BNP파리바(5.1%)와 UBS워버그(4.3%) 등 애초에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은 증권사는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문제는 전망치 하향 조정의 배경.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북한핵 문제로 인한 국가 리스크 확대 기대에 못 미치는 정부의 경기대응 내수경기 경착륙 가능성 등을 성장 전망 하향조정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삼성증권은 이와 관련, "소비지출이 예비적 저축 확대와 유동성 제약으로 2분기 중 추가로 위축될 것이고, 설비투자가 지정학적 위험 증가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며 "특히 상반기 내수성장률은 전년 대비 1∼2% 수준에 불과해 내수경기의 경착륙(hard-landing)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증권사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경기진작책에 대한 기대가 있는 만큼 차라리 내수 자체는 큰 문제가 안된다는 분위기"라며 "그보다는 이라크전쟁의 와중에서 오히려 부각되고 있는 '북핵 위기' 처리의 향방이 중대한 고비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랠리와 반대로 가는 주가전망
시장의 '물밑 불안감'을 반영해 향후 3개월 기준 주가 전망치 역시 최근 '안도랠리'와는 반대로 잇따라 낮아지고 있다. 현대증권은 이달 들어 지난 16일과 20일 두차례에 걸쳐 기존 630∼750선이었던 지수 전망치를 520∼650선으로 대폭 낮췄다.
이에 앞서 ABN암로는 "이라크전쟁 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북핵 문제'와 소비자신뢰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한국 경제의 복합적인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며 지수 전망치를 510∼535, 추가 지수 하락선을 464까지 낮췄다.
삼성증권 역시 향후 '북핵 위기'의 전개상황을 해소 기간별로 단기(1개월), 중기(2∼3개월), 장기(3∼6개월)로 나누고, 최악의 시나리오인 장기 위기 고조시 지수 전망을 500선으로 잡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각 증권사의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최근 '안도랠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북핵 위기'에 대한 확실한 해소방안이 가시화하기 전까지는 잠재 불안심리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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