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5일째를 맞은 24일 바그다드는 쾌청한 날씨와는 달리 긴장감이 가득 차 있었다. 미영 연합군과의 일대 결전이 임박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다음은 폭격이 계속되고 있는 바그다드에서 AP통신 기자가 전한 상황 등을 중심으로 구성한 현지 표정이다. 폭격 때문에 피어 오르는 연기는 맑은 하늘을 뒤덮었고, 매캐한 석유 냄새가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몇몇 가족들은 이 연기가 아이들 건강에 해롭다며 도시외곽으로 떠났다. 밤낮을 가리지 않은 미영 연합군의 폭격과 중무장한 이라크군의 동분서주, 바그다드 시내를 뒤덮은 검은 연기와 폭음은 시민들을 극도의 불안상태로 몰아가고 있다.정규군 병력들은 민간인 복장으로 주거지 곳곳에 숨어 들어 시가전을 대비하고 있다지만 거리마다 기관총을 가득 실은 트럭들의 행렬은 눈에 쉽게 띈다. 미영 연합군과의 첫 격돌이 예상되는 바그다드시 남쪽의 움직임은 좀더 분주해졌다. 군인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전략 거점에 박격포 진지를 설치하고 힘이 있는 노동자들은 누구나 모래주머니를 들쳐 메고 참호 구축에 손을 거들고 있다.
24일 아침 바그다드 시민들은 누구나 전날 티그리스강 서안(西岸)에 떨어진 영국군 조종사의 수색 건을 화제로 올렸다. 아이들과 함께 티그리스 강가에 다녀왔다는 한 시민은 강가의 갈대 숲이 한밤 중에 총격으로 불타는 장면을 광경을 보았느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바그다드의 언론들도 지상전을 앞둔 시민들에게 항전의지를 고취시키는 선무 방송에 여념이 없었다. 신문들은 집중공습으로 폐허가 된 남부의 바스라시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반전시위 사진들을 1면에 싣기 시작했고, 공무원들은 폭격으로 사지(四肢)가 달아난 민간인 희생자들의 모습을 외신기자들에게 전달하는 일로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카키색 전투복을 입은 이라크 관영 방송국의 아나운서들은 사살된 미군병사들이 누워있는 임시 시체안치소의 장면을 반복해서 소개했고 카페에 앉아 이 광경을 시청하던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24일 새벽에도 대규모 공습이 재개됐다. 금요일 대공습 이후 가장 대규모의 공습으로 토마호크 미사일 30기가 정부 청사 인근에 집중투하됐다.
정부 고위 관리들은 남부에서 이라크군의 반격에 고무됐는지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모하마드 사이드 알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은 "적들이 바그다드로 들어온다면 그곳이 곧 그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그들을 유인하고 있다. 적들은 반드시 큰 희생을 치를 것" 첫날 공습에서 사망했다던 타하 야신 라마단 부통령도 큰소리를 쳤다.
/이왕구기자fab4@hk.co.kr
바그다드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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