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24일 국영TV 연설은 한줄 한줄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고도의 심리전으로 분석된다. 서방언론이 제기한 사망설을 일축하고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한편 전쟁의 가장 중요한 국면을 앞두고 아군의 사기를 높이려는 의도다.전쟁 발발 직후인 20일의 국영TV 연설은 녹화 여부 시비와 가짜 논란으로 미영 연합군의 후세인 은신처 폭격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사망설을 잠재우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 후세인은 움 카스르와 바스라 등에서의 선전을 언급함으로써 설사 연설이 녹화했더라도 하루 이상 지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 지역 전투에서 전과를 거둔 군 지휘관의 이름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영웅이라고 치켜 세우고 부대명을 일일이 적시하는 등 전투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제시한 것도 같은 차원으로 보인다. 물론 이날 연설에 대해 제프 훈 영국 국방부장관이 녹화 의혹을 제기했으나 전쟁 이전에 녹화됐음을 입증할 증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본인 여부에 대한 논란도 별로 일지 않고 있다. 반대로 전문가를 인용, 후세인 본인이 확실하다고 보도한 언론이 많다.
후세인은 연설에서 "침략군에 맞서 싸우는 것은 알라로부터 받은 소명이고 지하드(聖戰)"라며 앞으로 최대 격전지가 될 바그다드와 모술, 그리고 아직도 이라크군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바스라와 움 카스르의 군인과 주민들에게 결사항전을 독려했다. 1차 저항의 성공으로 얻어진 군과 시민들의 자신감에 편승, 수세적인 결사항전에서 공세로의 전환을 노리겠다는 의도도 내비쳤다. 이 같은 연설 내용은 바그다드 결전에 대비, 이라크 군과 국민을 격려하는 반면 조속한 종전을 원하는 미영 연합군에게 초조감을 안겨 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후세인 연설 요약
이라크군은 계속해서 싸울것이다. 우리느 ㄴ국제사회의 모든 요구를 준수했으나 미국과 영국이 침략했기 때문에 모든 이라크인들은 그들과 싸워야한다. 악을 공격해 몰아내라. 신의 명령에 따라 침략군의 목을 베어라. 그들은 미사일과 전투기를 통한 공격뿐 아니라 지상군을 동원해 침략하고 있다.
침략군은 사막을 두로 한 채 이 전쟁에 휘말려 들었다. 그들은 이라크 병사들에 의해 포위됐다. 이라크인이여 인내하라. 침략군 직접 싸우기보다 전투기 공습에만 매달리고 있다. 침략군이 우리의 영역을 침범할수록 더욱 강력한 저항에 맞닥뜨릴 것이다.
그들이 인류에 대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가르칠 것이다. 영토를 침략한 적들과 맞서 싸우는 것은 성전과 같다. 적과 싸우다 죽으면 순교자가 된다. 우리는 곧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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