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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18> 정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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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18> 정만호

입력
200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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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할 시간이 없는 것이 고민입니다."정만호(鄭萬昊·45) 청와대 정책상황비서관은 요즈음 하루에도 몇번씩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랴, 대통령 행사에 배석하랴, 회의자료 준비하랴,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다. 정책을 다루는 사람은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어 고민이라는 것이다.

정 비서관이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기 시작한 것은 1년 남짓에 불과하다.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이었던 그는 지난 해 3월 민주당 경선에서 노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확정되면서 자연스럽게 노 대통령을 돕게 됐다.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것 자체가 채 2년이 안 된다. 경제신문 기자 출신으로, 기자를 천직으로 알고 있다가 먼저 당에 들어와 있던 대학 선배의 권유로 2001년 4월 마치 무엇에 홀린 듯 민주당에 참여했다. 처음엔 '성공한 DJ 만들기'와 '정권 재창출'이 목표였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한 이후 정권 재창출에 전념하게 됐다.

정 비서관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노 대통령으로부터 "120점 짜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이 지지도 하락으로 힘겹게 선거전을 치르고 있을 때 대한상공회의소에서의 강연 일정이 잡혔다. 경제문제에 대한 재계의 불안감을 씻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여러 루트를 통해 올라온 강연문 초안들에 대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던 노 대통령이 당시 선대위 정책기획실장이었던 정 비서관의 초안을 보고는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며 흡족해 했다고 전해진다. 그가 노 대통령의 참모로 쓰이게 된 계기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후 선거과정에서 정책 개발과 연설문 작성을 넘나드는 일이 그의 주특기가 됐다.

18개 부처로부터 파견된 공무원과 함께 매일매일 각 부처의 정책 입안 및 조정, 집행 상황을 점검해야 하는 현재의 업무도 대선 때의 경험이 큰 힘이 된다. 경제신문 기자 시절, 거의 모든 경제·사회 부처를 섭렵했던 경력도 정책상황 비서관의 업무에 맥이 닿아 있다. 정 비서관은 최근 모 부처의 간부가 "청와대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결재안을 들고 왔길래 "청와대는 대통령 관심사항만을 챙기고 있는 만큼 그 이외의 사안은 부처에서 결정하고 책임도 부처에서 져야 한다"고 말해 돌려보냈다. 그런데도 여전히 '옛날처럼 청와대가 부처를 장악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대해 그는 무척 억울해 한다.

강원 양구 출신인 그는 주변에서 강원도 인맥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적재적소를 원칙으로 하는 노 대통령의 인사정책이 "옳다"는 입장이다. 참모로서가 아닌, 정치인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그는 "진로를 미리 정해두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순간순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운명이 나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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