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26·CJ)의 날이었다. 3타차 뒤진 공동 3위. 그것도 선두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었다. 그러나 박세리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8언더파를 쳐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는 각오를 보였다.희망은 딱 들어맞는 현실이 됐다. 박세리는 24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문밸리골프장(파72)에서 열린 세이프웨이핑 최종 라운드에서 자신의 예언대로 8언더파 64타의 슈퍼샷을 뿜어내며 4라운드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15만달러의 우승 상금을 챙겼다.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19승째.
초반 9홀에서 터진 2개의 이글이 결정타였다. 1번과 2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채면서 소렌스탐을 1타차로 따라붙은 박세리는 파5 4번홀과 8번홀에서 이글 퍼트를 잇따라 홀에 떨구면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우승을 향한 마지막 고갯길은 17번홀(파4). 3번 우드로 날린 티샷을 연못에 빠뜨리면서 공동 선두를 내 줄 위기를 맞았지만 박세리는 12m 내리막 파퍼팅을 극적으로 성공시키면서 기사회생했다.
박세리는 이번 우승으로 28일부터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의 최연소 그랜드슬램 달성 가능성까지 더욱 높였다.
박지은(24·나이키골프)의 기세도 무서웠다. 1∼3라운드에서 5언더파씩을 추가하던 박지은은 이날 보기없이 버디만 7개를 기록하면서 박세리를 마지막까지 1타차로 따라붙으며 22언더파 266타로 2위를 차지했다.
박세리와 라운딩을 펼친 한희원(25·휠라코리아)도 6언더파 66타를 몰아치며 19언더파 269타로 공동3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선수가 1∼3위를 휩쓸면서 개막전에 이어 코리아 돌풍을 재연했다.
한편 앞 조에서 펼쳐지는 한국 선수들의 신들린 샷에 기가 죽은 탓인지 소렌스탐은 이날 290야드에 이르는 장타에도 불구하고 웨지 샷이 핀을 번번이 빗나간데다 퍼팅 난조까지 겹쳐 1타를 줄이는 데 그치면서 19언더파 공동 3위로 주저앉았다. 홀아웃한 후 그린을 떠나는 소렌스탐의 씁쓸한 표정에 지난해 이 대회에서 마지막 날 4타차 선두를 지키지 못한 채 4오버파로 무너지면서 우승을 헌납한 악몽이 스쳐 지나갔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