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에 최후 통첩을 보낸 이후, 주요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은 이라크전에 대한 글로 거의 도배 되다시피 했다. 다음의 설문조사에서 10만 여명에 이르는 네티즌 중 76.7%인 7만8,000여명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으로 부시 미 대통령을 지목한 것에서 드러나듯 네티즌들의 이라크전 반응은 대체로 '슬픔'과 '분노'였다.수많은 글 중에서 특히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리며 화제가 된 게시물은 '이라크 출신 13세 소녀의 연설'이었다. 미국 커닝햄 중학교에 다니는 13세 소녀 샬롯 앨더브런(Charlotte Aldebron)이 미국에서 벌어진 한 반전 집회에서 한 이 연설은 진보적 성향의 청소년 대상 주간지 '와이어탭(WireTap)'의 인터넷판(www.wiretapmag.org)에 5일 게재됐다. 이 연설의 번역문은 네티즌을 감동시켰고, 순식간에 국내 인터넷 사이트의 곳곳으로 퍼졌다.
샬롯은 "이라크에 살고 있는 2,400만 명 중 절반인 1,200만 명이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이라며, "나는 여러분이 죽이려는 바로 그 아이"라고 말한다. 또 걸프전 당시 대피소에 숨어 있다 스마트탄에 목숨을 잃은 300명의 아이들과 미군이 걸프전에서 사용한 열화 우라늄탄 때문에 악성 림프종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는 어린이를 거론하면서 미군이 이라크의 어린이들에게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를 꼬집는다. 그리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라크의 어린이들이 '우리'의 아이들이라고 가정해 보라고 말한다.
'문제 많은 어른'들에 의해 일어나는 전쟁 때문에 죄 없는 어린이들이 숨질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우치는 마지막 단락은 특히 가슴에 와 닿는다. "세계의 다른 아이들처럼, 우리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고, 그 결과 때문에 고통 받아야 합니다. (중략) 우리는 우리가 언제 죽을지 모를 때 두렵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죽이려 하거나 다치게 하거나 미래를 훔치려 할 때 화가 납니다. 우리는 내일도 엄마와 아빠가 살아있기만을 바랄 때 슬퍼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모를 때 혼란스럽습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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