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시계'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딴 데 정신을 팔고 있어도 우리 몸은 정확히 시간에 맞춰 반응한다는 뜻이다.과학자들은 인체 내에 일정한 생활리듬이 존재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그 작동원리를 연구하고 있다. 이런 호기심은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뇌 속에서 24시간을 주기로 동작하는 '생체시계(biological clock)'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팀은 최근 'PLCβ4'유전자가 생체시계의 시간정보를 신경에 전달함으로써 생체리듬을 생기게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체리듬의 메커니즘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생체시계에 처음 관심을 가진 사람은 프랑스 천문학자 장 자크 드 마랑. 그는 해가 뜨면 꽃봉오리가 열리고 해가 지면 닫히는 식물을 하루종일 캄캄한 지하실에 옮겨놓고 꽃봉오리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햇빛과 관계없이 일정한 시간에 열리고 닫히는 주기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971년 미국 과학자 코놉기와 벤저는 24시간마다 번식하는 초파리를 연구해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1997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조지프 다카하시 교수는 생쥐에게도 생체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에 따르면 생체시계와 직접 관련이 있는 유전자는 8개. 이 밖에 신호전달, 수용체 이온통로, 세포주기, 전사조절인자(DNA를 RNA로 복사하는 인자) 등을 포함해 전체 유전자의 1∼6%가 생체시계와 간접적으로 관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체시계가 있는 곳은 뇌 시상하부 내부의 '시신경 교차 상핵(SCN)'. 8,000∼1만개에 이르는 시신경 교차 상핵의 세포가 호르몬 분비량을 조절해 만든 '주기'라는 시간정보를 'PLCㅂㄹβ4'유전자가 신경에 전달하면 생체리듬이 생긴다. 시신경 교차 상핵은 수면이나 체온, 혈압 변화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순환기나 배설기관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과학전문지 '디스커버'는 이처럼 복잡한 생체시계의 작동원리를 물시계에 비유해 설명했다. 즉 흐르는 물이 물통에 꽉 차 무거워지면 물통이 뒤집혀 물이 쏟아지고 빈 물통에 다시 물이 채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학자들은 생체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이 늙은 생쥐에 있는 생체시계를 떼어내고 어린 생쥐의 것을 이식한 결과 수명이 평균 4개월 늘어났다. 생체시계 메커니즘을 정확히 규명하면 불면증, 당뇨, 고혈압 등에 필요한 획기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노화와 수명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 kist 학습 및 기억현상사업단 박동현 연구원>도움말=>
미국 ABC TV는 얼마 전 의학자들이 생체시계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한 하루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보도했다. 개인마다 생체시계와 생활습성이 다르지만 차이가 미미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에 맞추면 건강과 업무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판단은 이른 아침에
기상 1, 2시간 전부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많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 작용으로 기상 직후에는 혈당 수치가 올라가고 뇌에 에너지가 충만해지고 자신감이 넘친다. 따라서 이 시간대가 어려운 문제를 풀기에 좋은 시간이다.
설명회는 오전 9∼10시에
아침엔 목이 충분히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오전 9∼10시에 물을 한 잔 마시면 목의 노폐물이 제거돼 목소리가 최고 상태가 된다. 그러나 우유는 일부 사람들에게 목에 분비물을 증가시킬 수 있다.
전략적 결정은 늦은 아침에
체온이 올라가고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하며 뇌가 정보를 처리하기에 가장 좋을 때다. 오랜 고민거리를 풀기에 좋다. 어려운 문제라도 자신감을 갖고 전략적 결정을 해야할 때는 늦은 아침이 좋다는 것.
설득·사과는 식사 직후에
사람은 식사나 귀가 후에는 긴장이 풀리는데 이때 설득하거나 며칠 뒤 약속을 신청하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나쁜일은 오후 3∼4시에 알려야
심근경색은 오전 기상 직후 3시간 동안 잘 발생한다. 따라서 나쁜 소식은 심장이 스트레스에 가장 잘 견디는 오후 3∼4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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