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발언]기업감사들 책무 되새겨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발언]기업감사들 책무 되새겨야

입력
2003.03.24 00:00
0 0

상법에 의해 설립된 모든 회사에는 반드시 감사가 있다. 최근 물의를 빚은 SK그룹에도 수십 개의 계열사가 있고 수많은 감사가 있을 것이다. 감사의 기본 직무는 회사 업무의 공정성과 회계의 정확성을 기하는 것이다. SK그룹의 부당 내부거래와 분식회계 혐의를 수사해온 서울지검에 따르면 SK글로벌의 분식회계 규모는 무려 1조5,587억원에 이른다. SK글로벌이 10년 넘게 분식회계를 했는데도 그 기간에 어떤 감사 한 사람도 그런 부정에 대해 감사 의견서를 제출한 흔적 조차 없다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상법에 따르면 감사가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대해 연대배상 책임이 있다.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 뿐 아니라 제 3자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 책임이 있다. 추측하건 데 SK그룹과 계열사들의 감사 선임 인사는 정부나 국영 기업체 감사의 낙하산 인사와 비슷한 양태로 이어져 오지 않았나 싶다.

대다수의 감사가 이런저런 연줄로 선임되어 그저 임기만 채우는 와중에서 대규모 분식회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SK그룹 주식을 가진 수십만명의 소액 주주들은 불안하다. 이라크전쟁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경제 환경이 재벌기업 SK의 분식회계 사태로 더욱 어렵게 됐다. 정치가 왜 있으며 정부는 무엇을 위해 세금을 걷어 가는가. 말할 나위 없이 국민을 위해서이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전국 3만 5,000명의 기업 감사들이나 앞으로 새로 임용될 회사 감사들은 상법에 규정된 감사의 의무와 권리를 다시 한번 곰곰이 되새겨 보기 바란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 그토록 강조돼왔던 투명경영은 여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분식회계가 과연 이번에 적발된 SK글로벌에만 해당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 회계법인, 감독당국 등 모두가 투명한 회계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채권은행과 감독당국은 SK글로벌의 자구계획을 확인· 독려하는 등 분식회계가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회계 부정과 부실 감사에 대한 처벌을 한층 엄하게 하고, 정부의 감독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번에도 적당히 넘어가다가는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정 상 조 구륙산업경제연구소 이사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