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내달 중순께 양심수를 대거 사면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권단체가 양심수로 정의하고 있는 이들은 국가보안법이나 노동법에 의해 수감된 사상범과 한총련 학생, 노동운동가 등 63명이다. 법무부는 또 양심수의 가석방·사면·복권의 조건으로 강요해 온 준법서약제를 개정키로 했다. 새 정부 들어 인권이 신장되는 구체적인 신호를 보게 되는 듯해 반갑다.우리 헌법에 사상의 자유가 명시돼 있지는 않다. '사상'이라는 단어에 대한 제헌 당시의 사회적 기피심리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상의 자유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포함된다는 것은 법원과 헌법학계에서 이견이 없다. 사상과 양심에서 다수와 의견을 달리했다는 이유로 격리시키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한총련의 경우도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큰 변화가 있었고, 이 단체 역시 연방제 통일 등 일부 강령을 삭제하면서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가석방 등의 경우 준법서약을 요구토록 한 법무부령 훈령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1998년 사상전향서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도입한 준법서약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란이 많았다. 좌익수나 양심수 등 공안사범을 대상으로 실시돼 온 이 제도가 단순히 '법을 지키겠다'는 서약서라면, 가석방 등의 모든 대상자에게 적용돼야 마땅할 것이다.
냉전시대를 통과해 온 우리는 체제경쟁에서 남이 북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사상과 양심을 이유로 보편적 인권을 제약할 정도로 조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만 대통령의 양심수 특별사면 검토 지시에 이은 일련의 조치가 실정법규와 상충하지 않도록, 법령 정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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