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충청당'으로서의 재기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소속의원 4명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데다,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것은 고사하고 아무런 입장조차 밝히지 못함으로 인해 자민련은 사실상 '잊혀진 정당'이 돼버렸다. 그런 자민련이 최근 지도부의 인적 쇄신을 통한 활로 모색을 본격화하고 있다.재기 계획의 핵심은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의 전면 배치다.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심 지사에게 총재 또는 총재권한대행을 맡기고 자신은 2선으로 물러앉아 내년 4월의 17대 총선을 치른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심 지사가 지사직을 내놓고 대전 유성구에 출마, 충청권의 심장부로부터 '자민련 바람'을 재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연거푸 세 차례 충남지사에 당선된 심 지사가 충청권에서 갖고 있는 지역기반과 영향력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충청권에 대폭 젊은 인재들을 끌어들인 뒤 김 총재가 '마지막 지도력'을 발휘해 대거 국회로 진출시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련이 '늙은 정당'의 이미지를 벗고 '젊은 보수'로서 변신해보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하나로 국민연합의 이한동(李漢東) 대표의 복당(復黨)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대선 이후 김 총재와 자주 골프 회동을 갖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가 가세할 경우 당의 보수색채와 안정감이 더해지는 한편, 경기지역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자민련의 기대다.
이 같은 구상의 목적은 분명하다. 총선에서 충청권을 석권, 자민련을 명실상부한 '충청당'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바구니에서 고사(枯死) 당하지 않으려면 고토(故土) 회복 밖에 길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를 통해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에 성공하면 앞으로 예상되는 내각제 등 개헌논의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개헌 후에는 연정(連政)에도 참여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지도부 개편과정에서 입지가 애매해질 당내 2인자 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 대행의 행보는 잠재적 갈등 요인이다. 아울러 심 지사가 총선에 출마할 경우 당략을 위해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지사직을 버렸다는 비난 여론도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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