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칼'은 정치적 대안을 설정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정치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그것 때문에 정치는 그를 두려워했다…."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강금실 법무장관이 변호사 시절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으로서의 '현재'를 예견하는 듯한 소설평을 썼던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 장관은 2001년 8월 대한변협신문 34호에 기고한 김훈의 '칼의 노래(이순신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를 읽고서'라는 칼럼에서 정치권에 흔들리지 않은 이순신의 삶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 또한 "두려움 없는 기세로 세상을 베어내어 진면목이 드러나는 '살아 있음'을 그려본다"며 이순신과 같은 삶에 대한 강한 희망을 내비쳤다.
강 장관은 "300척의 배로 '눈보라처럼 몰려드는' 적 앞에서 12척의 초라한 함대를 이끌며 일궈낸 기적 같은 승리는, 기꺼이 삶을 버림으로써 죽음과 삶이 서로 다르지 않은 경계에 이르러서 가능했다"고 적어 숱한 도전 속에 검찰 개혁을 이끌고 있는 자신의 지금 심경을 추측케 한다. 강 장관은 특히 "그(이순신)의 칼은 정치의 향방에 따라서 이동하는 세태가 아니었다"며 "온전히 칼로써 순결하고, 이 한없는 단순성이야말로 그의 칼의 무서움이고 그의 생애의 비극"이라고 충무공의 생애를 평가했다.
강 장관은 그러나 "바닥에까지 이른 듯한 시간이 있었고 '어떻게 살아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추상의 의문으로부터 단 하루도 자유롭지 못했다"며 개혁적 법조인으로서 내적 고뇌를 드러내기도 했다.
강 장관은 또 같은 해 10월 서울지역변호사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시민과 변호사' 10월호에 실은 김수영 시인에 대한 평론에서도 "일과 다투던 시절, '길이 끝이 나기 전에는/적진을 돌격하는 전사와 같이…'(더러운 향로 中)라는 구절이 늘 눈앞에 붙어 있었다"며 자신의 치열한 인생관을 드러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