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전남 장성군 고불총림 백양사 설선당(說禪堂). 방한 8일째인 틱낫한(77) 스님이 한국 화두선의 살아있는 신화인 백양사 방장 서옹(西翁·92) 스님을 예방했다."역대 조사 스님들의 공덕으로 스님을 뵙게 돼 영광입니다." 법랍이 낮은 틱낫한 스님이 서옹 스님에게 삼배를 올려 예를 갖췄다. "큰 스님께서 조사선을 잘 지켜와 많은 사람들이 이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서옹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세계 평화 운동을 펼치는 스님이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 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라며 환영했다. 스님은 이어 "인류가 물질 문명으로 잘 살게 됐지만 정신적으로는 타락해 멸망의 위기에 왔다"면서 "임제(臨濟) 스님의 '참사람'정신 밖에 인류를 구제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베트남 임제종 출신인 틱낫한 스님은 '무위진인(無位眞人)'이라고 메모를 써 보여주며 동의의 뜻을 표시하고 "저는 임제 스님의 42대 제자가 된다"고 밝혔다. 틱낫한 스님은 올해 겨울 미국의 '디어 파크 승원'에서 임제록을 강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옹 스님은 "우리 조계종도 임제 스님의 자손"이라면서 "나의 참사람 운동과 스님의 평화운동이 서로 통한다"고 말했다. 틱낫한 스님은 "큰스님을 뵈니 여기가 바로 정토(淨土)라고 생각된다"며 'The pure land is now or never'(여겨 서있는 자리가 바로 극락이다)라고 쓴 친필 편액을 선물했다. 서옹 스님은 '청풍잡지(淸風 地·맑은 바람이 온 대지에 두루 하다)'라는 휘호와 원상(圓像) 그림으로 화답했다.
틱낫한 스님은 "120세까지 장수하시길 바란다"는 작별 인사를 했고 그의 제자 스님들은 반야심경 독송으로 공양을 올렸다. 아름다운 선지식의 만남이었다.
/장성= 글·사진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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