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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골프장 건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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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골프장 건설 논란

입력
200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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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주에서는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인근 녹지에 9만8,000여평의 골프장 조성 계획을 놓고 거센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그 지역 거주자로서 반대 서명을 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여기서 다루는 건 온당치 않을 것이다. 다만 전국적 차원에서 이와 같은 갈등의 근본적인 해소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 5개의 골프장 건설계획이 진행 중인 태안반도와 안면도를 포함하여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뜨거운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나는 골프를 치진 않지만 골프 예찬론자들의 주장엔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 최근 정인용 전 경제부총리의 회고록을 읽다가 그의 골프예찬론에 공감하게 된 것도 그런 자세 덕분일 것이다. 정씨는 골프에 관한 책만 200권 가까이 읽었을 정도로 '골프 광'이지만, 한국에서의 골프는 '최악'으로 변질되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골프장은 자연 상태의 녹지를 보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과잉 투자에 자연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골프장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지방 경제 때문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개발과 세수(稅收)증대를 위해 환경 문제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자치단체들만을 욕하기도 어렵다. 18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서면 취득세와 등록세 등 지방세 수입이 98억원 들어오고, 매년 25억원의 국세와 15억원의 지방세 수입이 늘어난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한해 동안 제주도내 8개 골프장을 찾은 70만여명의 골프관광객이 쓰고 간 돈이 2,800억원이나 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골프장이 제공하는 경제 활성화 효과도 만만치 않다.

사정이 그와 같으니 자치단체들이 골프장 건설에 열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업자들이 '국내외 현장 연수'를 빙자하여 관계 공무원과 지역 언론 기자들에게 사실상의 로비성 향응을 베푸는 것도 문제다. 자치단체장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차원에서라도 골프장 사업 승인권만큼은 중앙 정부가 가져가거나 환경 평가에 대해 깊이 관여하는 게 좋겠다. 현행 골프장 규제 방식엔 고쳐야 할 점이 없는지 그것도 살펴볼 일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골프채 수입액은 1억 달러, 해외 골프 여행 러시로 인한 외화 유출액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일각에선 그런 수치를 제시하면서 골프장 건설 수요가 넘친다고 아우성치지만 그 수요는 상당 부분 '거품'이다.

일본에서 지난 한 해 동안 파산한 골프장이 100곳에 이른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가? 일본엔 그 만큼 골프장이 많다는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우리 경우엔 프로 골퍼들의 국제 무대 활약과 재벌들의 '골프 마케팅'으로 인해 갑작스레 수요가 폭증했다는 걸 감안해야 할 것이다. 골프장 회원권이 아주 좋은 재테크라며 전면에 걸쳐 소개하는 기사들이 폭주할 정도로 언론매체들이 '골프 열기'를 부추기고 있으며, 사회 각계의 골프 로비와 접대가 과잉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진정한 골프 애호가라면, 정인용씨의 경우처럼, 환경 파괴를 일삼으면서 '최악'으로 변질된 우리의 골프장 건설에 대해 이대로 좋은가 하는 의문을 가져야 마땅하리라 믿는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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