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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해방 전쟁"의 숨겨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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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해방 전쟁"의 숨겨진 얼굴

입력
200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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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공습은 예고대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루 1,500발의 첨단 폭탄 세례를 받은 이라크 군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듯하다. 미국이 목을 베겠다고 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아직 항복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전쟁을 기획한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에게 이라크 땅은 첨단무기와 새 전쟁 기술의 완벽한 실험장이다. 그 실험의 첫 단계에서 백기를 들고 투항하는 후세인 전사들의 초라한 모습을 보며 그들은 미국의 위대한 힘을 만끽하고 있다. 자부심에 겨운 그들의 눈길은 더 이상 이번 전장(戰場)에만 머물지 않는다. 100년, 아니 '영원한 제국'을 떠올릴 것이다.

신보수주의자들이 이번 전쟁에 내건 명분은 '이라크 해방'이다. 그들은 외친다. '똑똑한 두뇌'를 가진 미국의 첨단 무기들은 정확히 후세인의 은신처와 군사시설만 맞추고 있다고. 이라크 국경을 돌파한 미군의 정예부대가 유정(油井)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그 기름을 이라크 국민을 배 불리는 데 쓰기 위해서라고. 사실이 그렇다면 이라크 국민은 역사상 한번도 겪지 못한 축복의 전쟁을 맞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신보수주의자들은 그 똑똑한 폭탄들이 이라크 땅을 지나 이란에까지 떨어질 정도로 오폭과 오발의 가능성이 있음을 무시한다. 벌써 미국의 건설업자들과 석유업자들이 전후 복구를 위한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는 사실은 뒷전으로 밀린다. 무엇보다 중동 질서의 재편을 통해 냉전 후 미국의 패권유지 전략을 짜기 위해 10년을 공들여 왔음을 그들은 애써 감춘다. 이라크 하늘의 섬광을 보며 쏟아지는 폭탄을 맞은 것보다 더 한 '충격과 공포'를 느낀다.

김승일 워싱턴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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