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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의원… 판사… 경기여고 63회 3인방/"공부도 1, 2등 우정도 1, 2등 우린 여고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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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의원… 판사… 경기여고 63회 3인방/"공부도 1, 2등 우정도 1, 2등 우린 여고동창"

입력
200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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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대통령의 대화' 이후,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는 강금실(47) 법무부장관, 민생·외교분야 등에서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민주당 조배숙(47) 의원, 최근 부장판사로 승진한 대전고법의 김영란(47) 부장판사. 세 사람의 공통점은? 경기여고 63회로 서울 법대를 함께 다닌 사이가 답이다. 그래서 '경기여고 63회 3인방'으로 불린다. 사법고시 합격은 김영란 판사가 가장 빨라 연수원 기수로는 김 판사가 11기, 조 의원이 12기, 강 장관이 13기이다.고등학교에서 1, 2등을 다투고 남학생이 절대다수인 서울법대에서 여러가지 화제를 낳았던 세 사람은 사법연수원을 거쳐, 판·검사로 바쁘게 활동하는 동안에도 몇 달에 한 번씩은 만날 정도로 절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강 장관이 형사부 여성 첫 단독판사의 기록을 세우고 변호사로 개업한 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들의 모임'에서 주로 활동을 했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여검사' 기록을 세웠던 조 의원은 판사로 전관한 뒤 여성법조인회장을 거쳐 전국구의원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김 판사는 판사로 출발, 사법연수원 동기 가운데 선두로 부장판사를 다는 등 세 사람은 고교 졸업후 줄곧 법조계 안팎의 주목을 받아왔다.

경기여고 시절에 같은 반을 한 적은 없지만 서로 다른 개성으로 비교가 많이 됐다. 강 장관은 당차면서 여성적인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룬 캐릭터로, 조 의원은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김 판사는 이해심이 깊고 원만한 인간관계로 기억됐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기억하는 강 장관은 창의적이면서 감상적인 문학소녀. 경기여고 시절 친구였던 울산의대 박찬정(서울 아산병원 임상병리과 과장) 교수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 이라고만 생각했던 금실이가 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시화전을 가자고 해서 따라갔던 적이 있다. 그날 하루종일 공원을 쏘다니며 문학에 대해 얘기했던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조 의원은 "금실이가 대학시절에 음악감상실에서 DJ를 하고 문학을 무척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변호사 시절에도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는 스타일로 판사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패션감각도 뛰어난 강 장관은 법정에 모자를 쓰거나 긴 드레스치마를 입고 나타나는 등 눈길을 많이 끌었다.

김영란 부장판사는 친구들 사이에서 책을 많이 읽는 학생으로 기억됐다. 물리 생물학을 깊이 알고 싶어 법대를 염두에 두고서도 고교때 이과반을 택했던 그는 신문반에서 활동하면서 문재를 과시했다. 사시도 대학 3학년 때 합격했는데 스스로 "독서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할 정도다.

강 장관이 '전략적인 여성성'을 지녔다면 김 부장은 포용적인 여성성을 지니고 있다. 다른 두 사람이 이혼을 한 것과는 달리 가정과 일을 함께 꾸려가면서 일하는 여성의 새로운 모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의 남편은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강지원 변호사.

강 장관이나 김 판사가 학창시절에 앞에 나서지 않았던 반면 조 의원은 일찌감치 대외활동에 적극적이었다. 공부잘하는 여학생이 운동을 못 하는 것과는 달리 공부도 운동도 잘 했던 그는 인사성도 밝고 씩씩했다. 대학시절에도 등산반 활동을 하고, 여학생은 아예 얼씬도 안하는 체육대회에도 '선배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참석했다.

'경기여고 63회'는 세 사람 말고도 인재를 많이 배출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경기여고 동창인 인제대 보건대 백수경(병원경영학과) 교수는 "63회 졸업생은 중학교를 무시험 진학한 첫 세대다. 추첨으로 배정된 중학교를 다니면서 모두 경기여고를 꿈꿨고, 경기여고에선 나름대로 '자신이 최고'라는 자신감으로 창의적인 개성을 마음껏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 여중·고를 나란히 다닌 선배들에 비해 규율이 떨어지고 학력도 떨어진다"는 선생님들의 꾸중도 있었지만, 그 해 예비고사에서 경기여고 최대의 성적을 낸 기수로도 유명하다. 서울대 진학 숫자도 가장 많았고, 서울대를 빼고 전국대학의 수석을 휩쓸었다.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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