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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염 무 웅/"비판과 저항 작가정신 일깨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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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염 무 웅/"비판과 저항 작가정신 일깨울것"

입력
200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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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염무웅(62)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험난한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작가회의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다음날인 23일 오전 만나자 한 첫 마디였다. 영남대 독문과 교수로 경북 경산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이사장 선출을 위한 긴급 이사회가 열리기 전날 서울로 왔다. "걱정스럽기도 하다. 지방에 있어 아무래도 활발하게 활동하기 수월치 않을 듯 싶고, 건강 문제도 있고…"라면서도 그는 "작가회의가 우리 시대의 작가 정신을 일깨우도록 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염 이사장 자신이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왔다. 1971년 민주수호국민협의회 결성에 참여한데 이어, 74년 작가회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결성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당시 발표된 '자유실천 101인 선언'의 선언문은 그가 작성한 것이었다. 덕성여대 교수였던 그는 이 같은 활동을 이유로 교수 재임용 제도에 의해 76년 강제 해직됐다.

그럼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해직교수협의회를 결성했고 유신 체제가 끝난 뒤 영남대 교수로 강단에 복귀했다. "70년대 내내 데모하느라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학교로 돌아갔다. 민주화에 대한 꿈이 실현되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다시 꺾였고 10여 년 더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고 그는 회고한다.

최근 작가회의의 목소리가 다른 시민단체의 함성에 묻힌 게 아니냐, 타성에 젖지 않았느냐는 내외의 지적에 대해 염 이사장은 "비판의 날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한다. "작가회의는 문인들의 친목단체나 이권단체가 아니다. 좋은 작품을 쓰도록, 많은 독자들이 읽도록 하는 게 근본적인 존재 이유다. 좋은 문학은 우리 시대의 삶에 대한 치열한 질문이 담긴 것이다.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저항 정신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는 작가회의 내부에서 젊은 작가들과의 소통 공간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요즘 젊은 작가들, 특히 소설가들의 작품을 읽다 보면 현실에 맞서기보다는 현실을 좇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문학을 선택했다는 것은 고통을 선택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최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편안하게 세태에 영합하는 듯싶다."

작가회의는 25일 반전 시위를 할 계획이다.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되자마자 현실의 적과 싸우게 된 것"이라고 염 이사장은 말한다. "미국의 패권화는 역사의 후퇴를 의미한다. '국익'을 내세운 우리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도 70년대 '국가 안보'를 내세운 베트남 파병 결정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인 만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 문학은 '지금, 이곳'에 대한 반성에서, 인간 본질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강원 속초 출신으로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 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평론가로 등단한 그는 69∼71년 창작과비평사 대표를 지냈으며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평론집 '한국문학의 반성' '민중 시대의 문학' '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 '모래 위의 시간' 등을 출간했으며 팔봉비평문학상, 단재상 등을 수상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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