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하이테크 무기가 위용을 자랑하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는 막대한 전쟁비용이 소요된다. 이 전쟁이 장기화하면 어마어마한 전비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압박해 미 국내경제는 물론이고 세계경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미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미국의 전문가들은 25만 명의 미군이 2개월 동안 이라크전을 수행하는 데만 전비가 350억 달러 가량 들어간다는 데 이견이 없다.
미국과 일본 등의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쟁 후 5년 간의 이라크 점령·평화유지 비용은 250억∼1,050억 달러로 추산된다. 여기에 미군에 기지를 제공하고 난민을 수용할 주변국에의 경제지원 60억∼100억 달러, 아직 규모를 알 수 없는 파괴된 유전의 복구 비용 등 이라크전 전체에 소모되는 비용은 1,000억∼2,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2%에 해당하는 액수다.
1991년 걸프전 때 전비는 610억 달러가 소요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라크전이 점령과 전후 복구, 평화유지까지 상정한 장기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걸프전의 3배 가량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걸프전 비용의 90%는 일본 등 동맹국이 부담했지만 이번 이라크전은 지지하는 나라가 적어 전비의 분담이 어렵다. 그만큼 미국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이라크내 유전이 파괴돼 석유수입이 줄어들면 전후 점령·평화유지 비용의 미국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종전이 하루 지연될 때마다 약 5억 달러씩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쟁이 장기화하면 이상의 계산도 완전히 새로 해야 한다. 미 행정부는 일단 900억 달러의 전쟁예산을 의회에 공식 요구할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와 내년 미국의 재정적자가 이미 사상 최대인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전비 부담은 장기금리 상승과 경기후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톰 대슐 미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는 21일 NBC 방송에 출연, "이라크 전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그 비용이 우려된다"며 "전쟁은 어디에서나 1,000억∼2,000억 달러의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 예산에는 1달러도 책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 상원은 2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요청한 세금 감면 규모를 1,000억 달러 축소하고 이를 이라크 전비로 배정하는 내용의 2004 회계연도 예산 수정안을 승인했다. 상원은 백악관측이 총규모 2조 2,000억 달러의 내년 회계연도 예산을 제출하면서 이라크 전비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데 대해 이의를 제기, 수정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 하원은 향후 10년에 걸쳐 모두 7,260억 달러의 세금을 감면하는 부시 대통령의 예산안을 격론 끝에 근소한 표 차이로 가결한 바 있다.
한편 USA 투데이는 "이라크 전쟁과 전후 복구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워놓고도 미 행정부는 납세자들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도쿄= 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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