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부시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말하는 순간 화가 나더군요. 민주주의를 이루려는 수단이 전쟁밖에 없는건가요."22일 오후 8시 '반전 콘서트'가 열린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무대 위에 오른 앳된 모습의 미국인 고교생 제시 밴더더즈(17·사진·메사추세츠주 메트하이스쿨 4년)군이 이라크전을 반대하고 세계 평화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자 시민과 학생 300여명은 뜨거운 지지 박수를 보냈다.
제시군이 한국에 온 지는 이제 겨우 3주째. 메사추세츠주 인근 대안학교에서 서울시 대안교육기관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하자센터'로 온 교환학생인 그는 연설을 하기 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며 반전행사 참가 이유를 말했다. 다소 어눌한 한국말이지만 그는 "사람이 죽는 전쟁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필 전쟁 발발 시기에 한국에 머물고 있어 미국인이라고 말하기도 사실 부끄럽다"는 그는 "전쟁을 일으킨다고 해서 과연 안전한 세상이 오겠느냐"며 미국 정부의 정책을 비난했다. 며칠 전 한국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과 촛불시위도 알게 됐다는 그는 "미국인의 60% 이상이 전쟁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많은 미국인들은 매일 반전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5월에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제시군은 23일에도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 모임'에도 참석, 반전을 강조할 계획. 제시군은 이날 단호하고도 분명한 어조로 연설을 끝냈다.
"부시 대통령은 폭탄과 돈으로 민주주의를 지키지만, 저는 민주주의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배웠습니다. 저는 세계인을 무시하는 전쟁을 반대합니다. 나는 내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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