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가 다른 사람을 두들겨 패고, 칼질을 해대고 있어요. 함께 때리거나 칼을 휘두르지는 않지만 옆에서 칼을 갈아주고, 심부름을 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전투병 대신 공병, 의무병을 파병한다고 우리의 잘못은 사라지는 건가요?"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틀째인 21일 청와대 앞.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닷새째 이어가고 있는 '이라크전 파병 반대 1인 시위' 현장에 가수 신해철(35·사진)씨가 나타났다. 검은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신씨는 "상복처럼 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맞춰 입었다"며 "착잡하고, 분하고, 슬프다"는 소감으로 시위를 시작했다.
평소 정치현안에 진보적 소신을 드러냈던 그는 이라크전 개전 소식을 듣자마자 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참여연대의 1인 시위 참가 제의를 받고 즉석에서 수락했다.
"대량살상무기를 없앤다며 갖가지 고성능 폭탄과 첨단무기로 많은 사람을 죽이는 미국이 바로 악의 축이고 깡패국가 아닙니까. 도덕적 3류국가로 전락한 미국을 우리가 지지하고, 파병까지 하는 것은 이 나라 이 민족의 수치가 될 것입니다." 신씨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지지 연설까지 하며 당선에 일조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머무르는 청와대 건물을 자꾸 쳐다봤다. 노 대통령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국익을 고려한다는 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후손들이 명분 없는 부도덕한 전쟁은 거부한다는 전통을 기억토록하는 게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1시간여 시위를 마친 신씨는 "반전콘서트, 집회 등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곧바로 달려가겠다"며 "당장 오늘 밤부터 진행을 맡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파병 반대의 목소리를 전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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