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걸프전 당시 바그다드 폭격 상황을 현장에서 생중계해 세계적인 방송으로 떠오른 미국 CNN이 이라크 공습 첫날 전황 보도에서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에 크게 밀렸다.알 자지라는 19일 새벽 5시34분(현지시간)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던 바그다드 하늘에 대공포가 발사되기 시작한 사실을 현장 화면과 함께 가장 먼저 보도했다. 아프간 전쟁 때 명성을 날렸던 이 방송은 이날 밤 공습 재개 후에도 이라크 내 주요 목표물에 대한 공습 사실을 미 언론들보다 한 발 앞서 보도했다. 알 자지라는 개전 초기 전황 보도를 위해 바그다드에 7명의 특파원과 30명의 스태프를 파견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걸프전 당시 이라크를 취재했던 닉 로버트슨 특파원과 잉그래드 포머넥 PD가 바그다드에 남아 또 한번의 특종을 노렸으나 위험을 피해 현장에서 먼 호텔에 캠프를 차리는 바람에 생생한 화면을 잡지 못하고 전화 송고에 그쳤다. CNN은 바그다드 몇 곳에 원격조종으로 움직이는 무인 카메라를 설치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언론 중에는 NBC 방송이 바그다드에 잔류한 피터 아닛 특파원의 발 빠른 보도로 개전 초기 보도에서 경쟁사들에 앞섰다. NBC는 바그다드 공습 상황을 공중파 경쟁사인 abc보다 10분 먼저 보도했다. CBS는 바그다드에 남기로 했던 남아공 출신 라라 로건 특파원과 현지 스태프 3명을 철수시키는 바람에 보도에서 밀리고 있다.
CNN은 20일 쿠웨이트 북부 주둔 미 지상군이 탱크와 헬기를 앞세워 이라크 남부 바스라로 진격하는 장면을 종군기자가 따라가며 현장 중계하며 만회에 나섰다.
알 자지라의 영향력이 커지자 그 동안 이 방송을 무시해왔던 미국 정부도 이 방송을 선전전에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었다. 국방부는 알 자지라에 미군 주둔지 취재를 주선했고,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과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은 이례적으로 장시간의 단독 인터뷰 기회를 제공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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