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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요람에서 요람으로

입력
200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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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맥도너·미하엘 브라운가르트 지음, 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 발행·1만5,000원

산업혁명 이후 생산은 늘 쓰레기 만들기로 끝났다. 그로 인한 환경파괴의 재앙이 인류를 덮치면서 비명이 높아지자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줄이고(reduce) 덜 쓰고(reuse) 재활용(recycle)하자는 3R를 주장해왔다. 건축가 윌리엄 맥도너, 화학자 미하엘 브라운가르트도 한때 그랬다. 그러나 '덜 나쁜' 건물과 물건을 만드는 데도 신물이 났다. 무엇이든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면 될 것 아닌가. '덜 나쁘게'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 환경을 해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도 괴로운 노릇이다. 왜 그래야만 하지? 즐겁게 소비하고 버릴 수는 없을까.

'요람에서 요람으로'에서 두 사람은 발상의 전환을 제시한다.

제목은 제품이 태어나 쓰레기로 폐기처분되는 산업혁명의 '요람에서 무덤으로' 방식에 맞서는 새로운 모델을 가리킨다. '쓰레기는 식량'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제품을 디자인할 때부터 다 쓰고 나면 영양분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제품은 아무런 유해물질을 만들어내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물적 영양 물질' 또는 산업 순환에서 귀한 원료로 계속 쓸 수 있는 '기술적 영양 물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덜 나쁜 것을 찾는 '생태적 효율성' 대신 올바른 제품과 올바른 서비스, 그것을 실행하는 '생태적 효과성'을 따르자고 말한다.

기존 자원 재활용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원래 재생을 목표로 만들어진 게 아닌 물건을 재처리할 때는 유해물질이 나올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하면서, 그런 방식은 결국은 쓰레기가 될 물건의 수명을 좀 더 연장시켜 지구를 천천히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1995년 맥도너 브라운가르트 케미스트리사를 설립, 이런 생각을 실천해왔다.

책에는 마당에 던져두면 퇴비가 되는 카펫부터 포드 자동차의 미국 리버 루즈 공장 개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재디자인해온 이들의 경험을 비롯해 많은 사례가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과제를 제시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기존 환경운동의 전략과 철학이 지닌 문제점을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 나온 번역본(초판 2,500부)도 나무를 베어 만든 종이가 아니라 플라스틱 수지와 무기화합물의 합성수지에 인쇄했다. 물에 젖지 않고 찢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유해물질을 전혀 만들지 않으면서 완전히 분해되어 종이나 기타 제품으로 몇 번이고 재생할 수 있는 특수 종이다. 아주 매끄럽고 하얀데다 인쇄 상태도 깨끗하다. 소박하지만 인쇄의 질이 떨어지는 재생지와는 느낌이 확 다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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