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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입력
200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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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 지음 생각의나무 발행·9,000원

이순원(46·사진)씨가 네번째 소설집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를 출간했다. 중·단편 5편을 묶은 창작집의 제목은 '그가 시간을 멈추었을 때'로 바뀌어 읽힌다. 몸은 고향 강릉을 떠난 지 오래지만, 마음은 타박타박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이씨는 자신을 키우고 또 부대끼며 자란 가족과 친구, 친척들의 이야기를 썼다. 거세지 않고 차분하게 흐르는 문장은 고향과 닮아 있다.

소설가는 도근이 아저씨의 부음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평생 도근이 아저씨의 노름 밑천을 대주었던 재종숙부 해파리 아저씨 생각에 붙잡혔다. 두 다리와 왼팔을 제대로 쓰지 못했는데, 지게질도 하고 낫질도 했다. 할아버지가 일러준 말은 그 선한 아저씨에게 평생의 버팀목이 됐을 법하다. "일만 제대로 배우구 마음만 바루 쓰믄 세상 사는 일두 그렇게 어렵지 않다." 고향에서 내려받은 가르침이기도 했을 것이다.

작가의 고향 우추리는 어렸을 적 촌장제로 유지되었으며, 18세기 조선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전통적 농경 사회였다. 시간이 멈춘 것이다.

'망배(望拜)'에서 주인공은 시골집에서 벌어지는 할아버지의 제사 순서에 맞춰 집에서도 똑같이 제사를 지내는 망배 의식을 행한다. 많은 것들이 바뀌고 또 바뀌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오랫동안 익숙했던 많은 것들이 떠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작가는 소설을 통해 가는 걸음을, 시간을 잠시 멈추어 본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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