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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두 모습/홍보방안 "귀에 걸면 귀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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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두 모습/홍보방안 "귀에 걸면 귀고리"

입력
200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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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문화관광부의 홍보업무 운영 방안을 근거로 훼손이 우려되는 소장 유물의 공개 요청을 거부하는 한편으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자제를 지시한 '불필요한 회식'을 가진 것으로 밝혀져 비난이 일고 있다.문화재청 창덕궁 관리소(소장 이장열·李長烈)는 20일 유물 수장고로 쓰이고 있는 의풍각(儀豊閣)의 유물 관리 실태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장관께서 공무원 업무 공간을 보호하라고 하지 않았냐"며 "수장고 유물은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그는 이어 "신문에 공개를 거부하더라고 쓰라"고까지 말했다.

수장고를 지나치며 살펴 보니 관리소장이 펄쩍 뛴 이유를 알 만했다. 2,900여 점의 궁중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이 건물은 말이 수장고지, 공사판 창고나 다름 없었다. 벽 아래에 창문 크기로 내놓은 환기구에는 대여섯 개의 쇠창살만 엉성하게 박혀 있고, 안에 쌓아둔 유물 부재에는 빗물이 들이치며 튄 흙탕물이 말라 붙은 흔적이 역력했다. "귀한 유물이 보관된 수장고를 함부로 공개할 수 있느냐"고 말했던 한 직원은 자신이 보기에도 민망했던지 "중요한 유물은 덕수궁 궁중유물 전시관으로 옮겼다"고 말을 바꿨다.

한편 문화재청은 최근 이 장관의 '홍보 방안'을 싸고 한창 파문이 일던 와중에 민관 문화재관리기구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시민단체 관계자와 일부 기자들이 참석하는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이는 홍보 목적의 회식을 하지 말라는 이 장관의 지시에 배치된 것이었다.

이춘근(李春根) 문화재기획과장은 이에 대해 "문화재 보존에 대해 시민단체의 참여 방안을 듣기 위한 자리로 시민단체와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 몇 명이 합류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언론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 장관의 홍보방안이 이처럼 관료들의 이해에 따라 귀에 걸면 귀고리 식으로 변질하고 있어 취재 제한이 아니라는 등의 해명은 갈수록 빛이 바래고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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