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방적 공격으로 전쟁이 빠른 진행을 보이는 가운데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반전 국가들의 미묘한 기류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겉으로는 여전히 전쟁반대를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후 처리과정에서 자국 이익을 의식한 미국 눈치보기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프랑스 외무부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 직후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으나, 즉각적인 전쟁 중지를 요구하는 대신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라"고 주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며 결정적으로 미국의 발목을 잡았던 점에 비춰보면 의외의 반응이다. 프랑스 군 관계자는 더 나아가 "미국이 이라크로부터 생물·화학무기 공격을 당하면 미국 편에서 싸울 것"이라고 참전 의사를 밝혔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우리는 다자주의와 국제법을 지키고자 할 뿐 평화주의자도, 반미주의자도 아니다"고 말해 미국과 맞서고 싶지 않은 심정을 드러냈다.
독일도 이라크 공습 후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군사 행동을 가능한 한 신속히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독일과 미국 관계의 핵심은 위험한 상황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따르면 슈뢰더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연립 정부에 이번 전쟁을 '침공'으로 표현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20일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미국은 파트너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서도 전후 복구자금 마련 등을 위해서는 이들의 참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이들 반전 국가에 대해 감정의 앙금이 쌓여 있는 미국이 관계 회복에 쉽게 나설 지는 미지수다.
/김상철기자 sckim@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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