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변국들이 이라크 전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웃집에 난 불을 보며 언제 불이 옮겨 붙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는 게 이라크 주변국들의 공통된 심경이다. 이라크 붕괴가 종국에는 이들 국가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란과 시리아는 이라크 다음 차례로 미국의 공격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이슬람 테러 조직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를 이라크,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못박고 있다. 때문에 두 나라는 이라크 전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전쟁 발발 사흘 전인 16일 예정 없이 이란을 방문,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이라크 전의 후폭풍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란은 1980년대 이라크와 8년 전쟁을 치룰 정도로 앙숙이지만 이라크 전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국경을 길게 접하고 있는 이라크가 무너지고 친미 정권이 들어서면 이란은 가장 적대적인 국가인 미군의 총부리를 직접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사정이기 때문이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라크 전에 참전하지 않을 것임을 공언해왔지만 뒤에서는 조용히 미국을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가 이라크 난민 지원을 위해 제공하겠다고 밝힌 북부지역의 아라르 공항이 실제로는 미군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 국경 남쪽에서 60㎞ 떨어진 아라르 공항에는 현재 수 천 명의 미군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 곳의 미군들은 헬기 등을 이용, 추락한 미군 전투기나 조종사 구조를 주임무로 하고 있다.
사우디의 교묘한 미국 지원은 국민의 반미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한편 전후 이라크를 건설하는 데 참여, 실리를 챙기려는 의도다. 하지만 사우디는 자칫 제 꾀에 넘어가는 자승자박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난감해 하고 있다. 이라크 민간인의 희생이 급증할 경우 국민의 반미 감정이 폭발, 대대적으로 전개될 반미 반전 시위가 결국은 반 정부 시위로 이어져 사우디 왕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도 포스트 후세인의 이라크에 주목하고 있다. 터키 의회는 20일 당초 미영 연합군의 지상 통과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영공 개방만을 허용했다.
국민 절대다수가 전쟁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터키 의회가 미국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을 결의한 것은 경제적 실리와 자국 안보문제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상군 6만2,000여명을 통과시켜 주면 150억 달러 상당의 경제 원조를 제안한 바 있다. 영공을 내주고 거액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가 이라크 전 후 터키 정정이 불안해 질 수도 있다. 전후 이라크 건설 과정에서 전혀 발언권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의 독립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없게 된다. 이라크 내의 쿠르드 족이 미국의 지원하에 독립을 선언하면 터키내의 쿠르드 족 역시 독립을 요구, 내분으로 치달을 수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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