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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할둔의 "역사서설" 번역 김호동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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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할둔의 "역사서설" 번역 김호동 서울대 교수

입력
200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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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슬람 지성을 대표하는 역사가 이븐 할둔(1332∼1406)의 '역사서설'은 20세기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가 "이제껏 어느 곳 어느 때 어느 누구에 의해 논의된 것보다 위대한 작업"이라고 찬사를 바친 고전 중의 고전이다.이븐 할둔의 세계사 3부작 '성찰의 책' 중 전체 서문과 서론, 그리고 문명의 본질을 다룬 1부를 합친 것으로, 역사철학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그는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인과관계를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문명과 사회의 본질부터 밝혀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기존의 어떤 학문도 세계사의 전개과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함을 깨닫고 '새로운 학문'의 초석을 놓기로 했다. 그 결과 역사학 뿐 아니라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철학 신학 교육학 인류학 등 여러 학문의 기본틀이 '역사서설'에서 세워졌다.

이 책을 번역해 까치글방에서 출간한 김호동(49)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서구의 근대적 학문이 하나씩 발견해 나간 중요한 개념과 이론이 이미 수백년 전 이슬람권 학자에 의해서 이렇게 체계적으로 논의됐음에 경악과 찬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븐 할둔은 사건 중심의 표면적 역사 서술에 그치지 않고 문명의 핵심에서 역사를 재구성해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이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입니다. 독실한 이슬람 신자이면서 종교적 편견에 빠지지 않고 객관성을 지킨 자세도 같은 역사학자로서 존경스럽습니다. "

'역사서설'을 비롯한 이슬람 고전은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김 교수가 옮긴 라시드 앗딘(?∼1319)의 '집사'(集史) 제 1권 '부족지'(2002),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가 옮긴 '이븐 바투타 여행기'(2001)가 있을 뿐이다. 9·11 테러 이후 이슬람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지만, 이슬람 원전 연구는 여전히 황무지에 가깝다.

"많은 이슬람 고전이 소개되지 않고 묻혀 있습니다. 페르시아 시문학의 정점인 루미(1207∼1273)나 종교철학의 최고봉인 가잘리(1058∼1111)는 우리에게 이름조차 낯선 실정이죠. 원전의 번역·역주는 땅을 파는 작업입니다. 그래야 누군가 씨를 뿌리고 열매도 거두지 않겠습니까."

국내 중앙아시아사 분야의 독보적 전문가인 그는 영어 일어는 물론이고 몽골어 페르시아어 투르크어 등 10개 언어에 능통해 원전을 읽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지난해 출간한 '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으로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저작상을 받기도 한 그는 '몽골제국흥망사' 집필을 필생의 과제로 삼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중동과 인도 접경까지 장악한 세계제국 몽골의 참모습을 밝히는 게 목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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