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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함속 감춰진 문명의 재앙/佛작가 미셀 블롱델 "메두사의 눈" 한국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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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함속 감춰진 문명의 재앙/佛작가 미셀 블롱델 "메두사의 눈" 한국초대전

입력
2003.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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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작업하는 도중 겪은 대구 지하철 참사야말로 메두사였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두사는 바로 현대문명의 발전 이면의 요소, 그 가공할 재앙적 성격이다."프랑스 출신의 유리조각·설치 작가 미셀 블롱델이 '메두사의 눈' 전을 20일 개막해 4월 27일까지 경기 광주시 영은미술관, 갤러리 세줄 두 미술관과 화랑에서 동시에 연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금발의 처녀 메두사. 해신 포세이돈을 유혹하려다 그의 아내 아테네의 저주를 받아 수백 마리의 뱀 머리카락과 괴물의 얼굴을 가지게 됐고, 누구든 그녀의 눈을 보기만 해도 돌로 변해버린다는 재앙의 괴물이다. 블롱델은 메두사의 신화를 자신의 작품에 대입한다. 실제 그가 표현하는 메두사는 해파리의 형상이다. 불어로 메두사(Meduese)는 해파리와 동음이의어이다.

블롱델이 제작한 크리스털 메두사는 겉으로 아름다운 색상, 영롱한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 강력한 시대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건, 9·11테러 등이 그의 작업의 계기가 됐다. 작가는 "쉽게 부서지고 한번 깨지면 다시는 복원할 수 없는 그 속성이야말로 문명의 동력인 인간 욕망의 허망함과 닮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안에 메두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작업하는 블롱델은 2001년 인도 트리엔날레에서 뉴델리상을 수상하는 등 유리 조각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온 작가. 2000년 광주비엔날레에도 참가했다. 블롱델은 한 달 전 방한해 우리 전통 도자로 직접 이번 전시작품들을 제작했다. 영은미술관은 푸른색, 흰색 계통의 허무적 컬러를 가진 작품 위주로 비디오 영상, 사진을 함께 보여준다. 갤러리 세줄은 분홍색 계통의 화려하고 희망적인 색상의 크리스털 작품들을 주로 전시한다. 영은미술관 (031)761―0137 갤러리 세줄 (02)391―9171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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