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없음, 이것이 오늘의 이야기다. 여기서 말 없음의 주체, 곧 사람은 십여 년 전 미국 하고도 어느 바닷가에 떠 있는 요트에 나란히 앉아 있던 부자(父子)다. 아버지는 뉴욕 근교의 전원주택에 살며 평일에는 맨해튼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는 중산층이다. 그는 토요일이 되면 새벽부터 아들과 함께 집 뒤에 있는 요트를 손본다. 안팎을 깨끗이 닦고 혹시 부서진 데가 있으면 수리하고 칠이 벗겨진 곳은 칠을 새로 해준다. 그리고는 트레일러에 요트를 옮겨 싣고 차 뒤에 매달아 탈탈거리며 바다로 향한다. 속도를 낼 수 없어 요트를 매달고 가지 않는 다른 차량의 운전자들로부터 욕도 적지 않게 먹는다. 바닷가에 이르면 또 요트를 끌어내리는 게 큰 일이 된다.어떻든 이 모든 과정을 다 거쳐 무사히 요트가 바다에 뜨고 그 요트 위에 부자가 마주 앉으면 비로소 '침묵'의 시간이 찾아 온다. 더 이상 할 일이 없고 할 말도 없는 것이다. 그 부자를 보고 있던 나는 김밥에 과일에 음료수에 아이스크림에 화투까지 먹고 들고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 부자, 우리네에 비하면 참 심심하고 싱거워 보였다. 요새는 안 그럴 것 같기도 하지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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