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여성보다 힘든 일을 한다고 남성에게 임금을 더 주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부(주심 손지열 대법관)는 20일 남녀 근로자에게 임금을 차별 지급해 기소된 타일제조업체 H사 대표 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같은 사업장에서 행해지는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는 동일한 임금이 지급돼야 한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무거운 원료나 기계를 운반하는 남성 근로자의 일과 청소와 잉크 보충을 하는 여성 근로자의 일을 동일 노동으로 간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H사의 남녀 근로자가 같은 공장의 연속된 작업 공정에 배치돼 위험도나 작업 환경에 별다른 차이가 없고, 남성 직원들의 작업이 일반적인 생산직 근로자보다 고도의 노동 강도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남녀 근로자의 일을 동일 노동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H사에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체력을 소모하는 노동에 종사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도 임금 차별이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H사가 1996년 작성한 취업규칙에 성별, 학력, 연령, 경력, 기술 정도에 따라 임금을 결정한다고 규정하는 등 성별을 임금결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던 점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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