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과연 '보이지 않는 손'인가. 청와대는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 고위직의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는 속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제기되고 있는 물음이다.행자부를 필두로 한 각 부처 1급 공무원들의 일괄 사표 제출은 대표적인 사례. 행자부는 자율적 조치라고 밝혔지만 관가에서는 청와대의 물갈이 의사가 상당부분 반영된, 예정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찬용(鄭燦龍)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19일 기자 브리핑에서 "지침을 내린 바 없다"고 직접 개입사실은 부인했다. 하지만 "1급이면 할 만큼 한 사람들이며 조직축소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린 사실이 모든 언론에 보도됐다. 청와대의 물갈이 의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음을 알게 하기에 충분한 얘기였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언짢은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가 분명히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갔느냐"며 정 보좌관에게 경위를 물었다는 전언이다. 송경희 대변인은 "밝히기는 힘들지만 '화기애매'한 분위기 속에 대통령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하면서 "정 보좌관의 개인적인 유머나 위트, 스타일이 크게 보도된 것"이라며 개인 실수로 돌렸다.
그러나 현 정부의 인사를 총괄하는 정 보좌관이 공식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을 단순한 실수로 돌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다. "평소 솔직하고 담백한 정 보좌관의 스타일에 비춰볼 때 청와대의 의중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표출했을 것"이란 견해도 많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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