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 저층, 저밀도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던 건설교통부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수용 인구를 크게 늘리기로 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수도권 남부의 교통난이 가중되고 분당신도시의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건교부는 향후 10년간 수도권에 200만 세대의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나 이에 필요한 부지가 턱없이 부족, 저밀도 기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판교신도시 인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근 분당, 용인 등의 주민들은 획기적 교통대책없이 이뤄지는 인구 늘리기는 또 다른 난개발을 불러오고 각종 불편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집값 폭등 막기 위한 조치"
건교부가 국토연구원에 의뢰, 19일 발표한 개발구상안은 판교신도시 인구를 애초의 5만9,000명(1만9,700세대)에서 8만9,000명(2만9,700세대)으로 늘리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0%로 계획했던 용적률도 판교IC 서쪽은 120%, 동쪽은 150%로 높아진다. 인구도 ㏊당 64명에서 96명으로 늘어난다.
건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느냐"며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릴 수 밖에 없으며 판교신도시역시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용적률을 높이고 수용 인구를 늘려도 기존 신도시보다 훨씬 쾌적한 도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건교부에 따르면 ㏊당 인구는 분당 198명, 과천 274명, 평촌 329명 이어서 판교의 ㏊당 인구가 96명으로 늘어나도 이들 지역보다 훨씬 적다.
국토연구원 민범식 연구위원은 "기존 용적률을 고집하면 평당 분양가가 1,100만∼1,200만원이나 돼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구입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용적률을 높이면 평당 분양가가 900만원 선으로 낮아져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악의 교통난 초래할 것"
분당, 용인 주민들은 획기적인 교통 대책 없이 판교신도시의 인구를 늘리면 인근 지역의 생활 환경까지 나빠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분당 주민 김모(48)씨는 "분당신도시 주변에 인구 40만명의 분당과 맞먹는 규모의 개발이 이뤄졌고 분당 안에도 백궁·정자지구에 5만명 이상이 입주키로 돼 있어 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교통난 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판교마저 인구가 늘어나면 수도권 남부 주민의 생활 환경은 최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관계자는 "판교신도시의 주택공급이 늘어나면 최근 노후화현상을 보이고 있는 분당신도시 주민들이 대거 이동, 분당지역은 집값이 떨어지고 슬럼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건교부가 판교신도시 세대 수를 늘리겠다며 내놓은 영덕―양재대로 건설 전철 신분당선 건설 국지도 57호선 우회도로 건설 국지도 23호선 판교IC―풍덕천 4거리 확장 등의 대책과 관련, 분당입주자대표자협의회 고성하 회장은 "정부가 오래 전 발표한 내용을 재탕한 것으로 교통난을 막는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또 다른 구실을 내세워 인구를 더 늘리겠다고 할 지 모른다"고 경계했다.
한편 판교동 개나리마을 주민들은 20일 "판교가 개발되면 빼어난 자연환경이 망가진다"며 "개발을 적극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건교부 경기도 등에 진정서를 내고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운중동과 수정구 사송동 일대 280만평에 들어서는 판교신도시는 2001년 12월 건교부가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고시함으로써 조성에 들어갔다. 분양은 2004년 말부터 시작되며 입주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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