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은 명분이 무엇이든 이라크의 석유산업을 재편시킴은 물론 국제유가와 세계경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쟁이 예견돼 충격이 상당부분 흡수된 측면이 있지만, 전쟁 양상이나 기간에 따라 향후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이번 전쟁은 애초부터 세계 2위의 원유 매장량을 갖고 있는 이라크의 석유이권을 확보하려는 노림수라는 논란을 불렀다. 전쟁의 진정한 의도가 어디에 있든 이라크가 패배하면 석유 이권은 미국 기업들의 수중에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막대한 전쟁 비용을 이라크 석유를 팔아서 조달한다는 계획이어서 전후의 첫 수순이 석유산업 장악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정부 세력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축출될 경우 미국과 영국이 전후 석유계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석유회사들과 비공식 접촉을 해왔다. 미국의 경우 엑손모빌은 석유 채취, 유노콜은 핵심 인프라 건설 부문을 맡기로 이미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프랑스와 러시아 등은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루크오일은 후세인 정권 당시 체결한 계약이 이미 무효가 됐으며, 프랑스도 이라크의 주요 반정부 단체인 쿠르드애국동맹(PUK)에 의해 향후 석유계약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유가는 전쟁의 양상에 달려있다. 장기화하면 원유 수급 차질과 교역 감소를 초래, 국제 유가와 세계 경제에 주름살을 가져올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 당 최고 50 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총파업 여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공급 여력 부족 등 수급 상황도 좋지 않다. 미국은 석유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경우 6억 배럴에 이르는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할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단기전으로 끝나면 유가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실제 18일 미국의 최후통첩 이후 단기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국제유가는 일단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세계 경제도 불안정성 제거와 전후 복구 기대감 등으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경제가 이미 심각한 재정적자와 금융부실 등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데다, 막대한 전비로 인한 부담 등으로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라크전이 세계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이라크 전쟁 요인을 반영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5%로, 유럽연합(EU) 성장률을 2.0%에서 1.6%로 낮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도 지난 달 의회 보고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3.25∼3.5%로 당초 전망치(3.5∼4.0%)보다 낮춰 잡았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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