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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세계]한강성심병원 장 영 철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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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세계]한강성심병원 장 영 철 성형외과 과장

입력
2003.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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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환자와 상담하면서 눈 앞이 캄캄할 때가 많습니다. 피부이식 효과가 실망스러울 것 같아도 환자들에게 한계를 미리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요. 정도껏,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합니다." "화상이 심한 환자는 차라리 빨리 체념하는데, 화상이 덜한 환자들은 원상회복에 대한 기대수치가 너무 높아요. 신의 손을 가진 것도 아닌데, 착잡한 마음이 들 때가 너무 많습니다." 한림대의대 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과장인 장영철(49)교수가 진료해야 하는 환자는 대부분 불에 타 흉하게 일그러진 뼈와 피부를 가진 화상환자들이다. 성형외과 전문의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쌍꺼풀수술이나 유방성형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의사의 번질번질함 대신 그에게는 중환자를 늘 가까이 해야만 하는 의사 특유의 긴장감과 사명감이 배어있다."한강성심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화상환자의 치료와 성형 재활훈련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입원이 필요한 2도이상 화상환자만 지난해 2,000명 넘게 찾아왔지요. 그 가운데 성형수술까지 했던 환자가 1,800명. 제가 약 600건 정도 했습니다." 그는 화상환자의 성형수술은 미용보다 기능 회복이 일차 목표라고 말한다. 심한 화상으로 코와 귀가 녹고, 목이 들러붙어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손가락 관절이 변형돼 수저조차 들기 어렵게 된 환자의 기능을 최대한 되살리는 것이다.

팔다리를 어디까지 어떻게 살리는 게 최선인가에 대한 고민 못지 않게 성형수술에서 중요한 부분은 피부이식이다. 피부이식 역시 미용 목적보다는 체온을 조절하고, 수분을 유지하고, 박테리아 같은 외부 침입자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방어막 기능의 회복을 위해서다. 화상의 치료기간을 단축시키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진피층까지 화상을 입은 환자에게 피부이식은 필수다.

"상처가 났더라도 쉽게 다시 생성되는 피부 바깥 표피세포와 달리, 피부 대부분을 구성하고 땀샘 기름샘 같은 복합조직과 신경감각을 지니고 있는 진피는 다른 인체조직과 마찬가지로 복원이 어렵죠."

의사는 선택을 해야 한다. 환자 몸에서 피부의 일부분을 채취해 화상부위에 이식할 것인지, 아니면 사체로부터 얻은 피부로 대체할 것인지, 혹은 인공피부로 할 것인지…. "자기피부를 이용한 이식이 물론 피부이식 효과는 최고이지요. 하지만 엉덩이나 넙적다리 등 가려지는 부위의 피부 일부를 떼 이식을 하게 되는데, 광범위한 화상으로 피부를 채취할 남은 부위가 부족한 환자에게는 사실 어려움이 많은 수술입니다. " 50%이상 화상을 입은 환자의 몸에서 떼어낼 건강한 피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살을 뗀 자리에 또 다른 흉이 생기는 것도 사실 문제다.

이런 까닭에 최근 들어서는 인공피부를 이용한 피부이식이 활발하게 실시되고 있다. 인공피부의 장점은 자기피부를 최소한 사용하면서 피부의 두께를 보충하고, 화상 후 생기는 우툴두툴한 반흔의 발생빈도를 줄여 흉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체(死體)에서 얻은 피부를 특수 화학처리해 면역 거부 현상을 제거한 '알로덤', 소의 인대에서 추출한 콜라겐과 특수생체합성물질(glycosaminoglycan)을 섞어서 만든 '인테그라' 등이 대표적 인공피부. 알로덤은 사체의 피부에서 면역반응이 강한 표피 부위를 제거하고 피부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진피를 화학처리· 동결건조한 것이다. 하지만 기증된 사체에서 얻는 것이어서, 공급도 원활하지 않고, 크기도 일정하지 않아 최근엔 인테그라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히 3도이상의 화상을 입은 환자에게 인테그라는 필수적이다. 인테그라는 일시적 보호막인 실리콘층과 스폰지 형태로 구성된 수많은 미세구멍 2개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다공(多空)의 터널을 통해 세포와 혈관이 자라 새로운 진피가 형성되면, 실리콘 보호막은 제거하고, 그 위(스폰지)에 엷은 자가피부이식을 실시하게 된다. 포도넝쿨의 지지대처럼 인테그라가 피부(진피) 재생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테그라 자체가 자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인테그라는 감염에 약해 한순간에 녹아버리고 2∼3주 후에 다시 2차 수술이 필요하지만, 가격이 약간 저렴하고, 알로덤은 1회수술로 끝나고 감염에도 강하나 가격이 비싸고 사용하기 좀 불편하다" 고 말했다.

물론 아직 인공피부이식의 기술수준은 기대만큼 썩 좋은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술비도 무척 비싼 실정이다.

"피부이식 같은 성형수술만으로 화상환자의 치료가 다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화상환자들에게 재활치료를 통해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죠." 그는 화상환자들을 전염병환자처럼 취급해 목욕탕 출입도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화상환자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선진국들과 달리, 이상하게도 국내에서 화상 환자 수만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된장, 간장 바르고 나타나는 환자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엉뚱한 연고 같은 것 바르고 나타나는 사람은 많아요." 그는 심한 화상 환자가 발생하면, 옷을 벗기지 말고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대신 15∼20분정도 흐르는 찬물에 화상부위를 조심스럽게 식히는 것은 좋다고 말했다.

또 많은 화상사고는 엄마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면서 "전기밥솥, 냉온수기를 아이 손에 닿지 않게 설치하라"고 조언했다.

/송영주 편집위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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