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나 권력이 아무리 많아도 깨어있는 마음이 없으면 행복은 불가능합니다."방한 중인 틱낫한 스님은 20일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조찬 강연에서 '마음 챙김'(mindfulness) 수행이 현대 생활에서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재단 등의 주최로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강연에는 기업체 대표와 중역, 교수 등 130여 명이 참석해 스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참석자들은 강연에 앞서 틱 스님을 수행한 비구 스님의 간략한 설명을 듣고 아침 식사를 하며 먹기 명상을 했다. 식사를 할 때 생각에 휩싸이지 말고 먹는 행위 자체만 의식하면서 현재에 머물라는 것이다.
강연은 틱낫한 스님을 수행한 스님들의 숨쉬기 명상 노래로 시작됐다. "들이쉬며 내쉬며, 들이쉬며 내쉬며. 산처럼 단단하고 땅처럼 든든하네. 자유, 자유, 자유…." 노래와 진정 하나가 돼 가슴으로 부르라는 주문을 받은 참석자들은 두세 차례 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틱낫한 스님이 이끄는 수행센터 '플럼 빌리지'에서는 이 노래를 마음을 가라앉히는 도구로 사용하는데 마음이 충분히 안정될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한다는 설명도 따랐다.
틱낫한 스님은 미국 포드 자동차 회장인 윌리엄 포드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2년 전 버몬트주에 있는 수행센터 '메이플 포리스트 승원'이 마련한 수행프로그램에 한 사업가가 찾아왔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좌선, 먹기 명상, 걷기 명상 등의 프로그램을 마친 후 스님에게 신분을 밝혔다. 스님은 포드 회장이 부자들의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으며, 그로부터 부자들도 가난한 사람만큼 또는 그보다 더 많은 두려움과 외로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부자가 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부자가 되면서도 고통 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성공을 위해서만 시간을 투자하지 말고 자신과 가족,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라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정상에 서지 않으면 성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정상에 오르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보십시오. 모든 사람이 정상에 오를 수는 없습니다. 이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스님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님은 강연을 하면서도 간간이 종을 치며 마음 챙김 시간을 가졌다. 긴장한 통역에게 "릴랙스하세요"라고 말하며 종을 치기도 했다.
스님은 사업가들도 수행센터에서 하는 것처럼 일상 생활에서 먹을 때, 양치질할 때, 샤워할 때, 걸을 때 마음을 챙겨 깨어있는 마음으로 그것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으로써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 두려움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행복은 자유로부터 가능하며, 자유는 미래나 과거에 살지 않고 현재에 머묾으로써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스님은 "이것이 바로 우리 플럼 빌리지에서 모든 행위를 마음 챙겨서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프레데릭이라는 독일인 사업가의 예를 들었다. 그는 성공한 사업가였으나 너무 바빠 아들 필립이 수술을 받을 때 병원에 가지 못했다. 아내 클로디아는 7시간의 수술을 초조하게 견뎌야 했다. 클로디아가 수술을 받을 때도 그는 병원에 가지 못했다. 그는 "몇 년 후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했으나 53세의 나이에 병으로 죽고 말았고 약속을 지킬 기회는 없었다.
스님은 "여러분들 가운데도 프레데릭이 있다면 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며 절에 있는 스님들도 예불이나 각종 행사 등 일이 많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식사를 할 때나 차를 마실 때 일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식사나 차 마시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는 사업에 대한 생각이 아이와의 사이에 끼어 드는 것을 허용하지 말라고 했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훈련을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여보'라고 말할 때도 진정 깨어 있는 마음으로 하면 그것이 바로 '만트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강연 후 참석자들과 함께 잠시 걷기 명상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남경욱기자 kwnm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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